전체 글83 프리다 칼로 사진전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헤이든 헤레라의 전기를 통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프리다 칼로는 생소한 화가였으며 국내에 나온 저작이 없었다.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이든 헤레라의 프리다 칼로 전기를 뛰어넘는 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국내에 나온 칼로 관련된 책 중에서는. 르 클레지오 역시 칼로에 대한 책을 썼는데(국내에 나와있음) 를 읽은 이후로 나는 이 작가의 비대한 자아를 견딜 수 없었다. 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프랑스적인 기질을 발휘해 소설을 쓰고 수필을 쓰지만 클레지오의 칼로에 대한 책은(그건 전기도 뭣도 아니다) 자신이 상상하는 틀에 가둔 상상 속 칼로에 불과하다. 그래서 미련없이 버렸다. 헤이든 헤레라는 프리다의 삶을 충실히 그리면서도 그녀의 내면까지 깊게 파고들며.. 2023. 4. 4. 어떤 기억 여덟 살인가 아홉 살인가, 아마 아홉 살 때일 것이다. 작은 아버지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때만 해도 시골은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되지 않아 외부에 설치되었다. 흔히 말하는 변소였다. 그 근처는 친가 쪽 친척들이 모여 사는지라 그 중 한 집을 방문해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용변이 급해 변소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집 외에 화장실을 가는걸 꺼려했는지라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변소 문을 연 후 보고 말았다. 거기에는 어떤 여성이 목을 매 죽어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머리카락이 얼굴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에 표정까지 보지는 못했다. 한참을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어쩐지 외면할 수 없어 빤히 쳐다봤다. 그 때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설명하기란 어렵다... 2023. 3. 28.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 대신이라고 할 지 사진과 영화, 건축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공으로 삼고팠던 그림은 취미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사진과 영화가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다. 건축은 어려서부터 그림과 함께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버지가 건설 쪽에 몸을 담고 있던 것도 한몫했다. 친구 역시 영화 쪽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고 나 역시 그 작업에 기여를 하고 싶었다.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사진에 대한 감각도 그 비슷하게 있겠거니 멋대로 단정하고 돈을 모아 괜찮은 카메라를 사 여기저기 찍으러 다녔다. 하지만 사진 찍는 기술은 전혀 늘지 않았고 그쪽에는 영 재주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영부영 하는 사이 영화를 찍겠다는 소망은 자취를 감췄다. 친구도 .. 2023. 3. 12. 살로 혹은 소돔의 120일 은 사드 후작의 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파졸리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요모타 이누히코의 에 따르면, 살로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도에 위치한 도시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살로라는 이름에는 이탈리아의 암울한 역사가 담겨있다. 1943년 무솔리니를 체포한 연합군은 무솔리니의 뒤를 이어 새로운 총리로 피에트로 바돌리니를 내세웠다. 바돌리니는 이어 휴전 협정을 체결했고 이를 배신 행위로 간주한 독일이 무솔리니를 탈출시키고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을 수립한 곳이 바로 살로다. 그렇게 탄생한 살로공화국은 독일군을 지지했고 공포 체제에 돌입했다. 이 시기 독일군은 770명의 주민을 학살했고 파졸리니는 영화에서 도로 표지판을 등장시켜 배경이 살로임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살로는 세르조 치티가 기획한 것.. 2023. 3. 5. 베드로의 장렬, 그리고 심정호흡 어렸을 때 애거사 크리스티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그리고 뤼팽 시리즈를 즐겨 읽긴 했어도 미스터리 소설에 그리 큰 관심을 기울인건 아니었다. 추리 소설, 또는 탐정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무지한 시기였다. 일본 소설은 하루키로 시작해 이런저런 책을 읽었지만 미스터리 쪽은 관심이 없었던 터라 나중에서야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야베 미유키의 를 접하고 일본 미스터리에 발을 들어섰다. 그것도 내용에 흥미가 있어서라기 보다 옮긴이 후기가 마음에 들어 카페도 가입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일본 미스터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원제: 기나긴 살인)>지만 스기무라 시리즈는 각별하다. 베드로의 장렬은 시.. 2023. 3. 4. 서울공예박물관 다녀온 지 일주일도 더 넘었는데 포스팅을 하지 못한 이유는 엉성하게 찍은 사진을 정리하지 못해서다. 바쁘기도 했지만 하려고들면 못 할 것도 없었는데 일단 손을 대기가 귀찮았고 트위터 헤더 등 다른 것부터 손보느라 외면하고 있었다.서울공예박물관은 처음인데, 사는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면 자주 올 것 같았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서울살이를 바라는 이유는 이런 전시회나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에 살면 공예박물관도 틈날 때마다 보러 왔을것이다.시각적 즐거움만 충족하는 그림과 달리 공예품은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에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좋다. 건물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우왕좌왕 했는데 휘휘 둘러보기 좋다. 흥미로운 소품이-소유욕이 강하게 드는-꽤 많았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2023. 2. 14. 성스러운 거미 영화는 2000년에서 2001년 동안 순교자의 땅이라 일컫는 이란의 성지 마슈하드에서 16명의 매춘부를 살해한 연쇄살인마 사이드 하나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위키에는 16명에서 19명이라고 나오는데 당시 사건을 외면했던 경찰의 행태를 보면 19명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감독 알리 아바시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던 무렵 테헤란에서 학생 신분이었고 영웅으로 칭송받던 사이드와 경찰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02년 기자 미지하르 바하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를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검색하니 마침 다큐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 사이트가 있었다. http://www.filmsufi.com/2015/05/and-along-came-spider-maziar-bahari-2003.html .. 2023. 2. 11. 채식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다이디타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완전 채식을 시작했다. 보통 육식을 하다가 채식을 하게 되면 힘들기도 하고 반동 현상으로 탄수화물 식품에 집착해 중독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몇 단계에 걸쳐 서서히 시작하는데-채식에 종류가 많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육식을 즐겨하지 않았던터라 단계별 진입을 생략하고 바로 완전 채식에 돌입했다. 이른바 비건이라고 하는, 채식에서 높은 단계다. 채식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진입 장벽이 가장 쉬운건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경우에 따라 육류나 해산물을 먹으며 융통성 있게 채식을 하는 경우다. 폴로(Pollo)는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지만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 조류, 해산물, 달걀류, 유제품을 먹는다. 페스코(Pesco)는 육식은 하지 않지만 해산.. 2023. 2. 7. 이상한 나라의 가가리 사이코패스 레전드 는 사이코패스 스핀오프로, 소설과 드라마시디로 나왔으며 가가리의 어린 시절과 집행관으로 채용되어 잠재범을 추적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과 2장은 잠재범으로 판단되어 교정 시설에 갇혀 자란 어린 시절과 집행관으로 채용되기까지 시기를 다루고 있다. 교정시설 시기는 이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브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접점이 이뤄지는데, 가가리의 삶에서 중요한 인물인 옆방 친구와 일화와 집행관으로 채용되어 맡은 첫 번째 임무까지 다루고 있다. 나머지 3장에서 5장까지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맡아 추적하는 내용. 드라마시디는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 상권은 1장과 2장 내용을, 하권은 3장에서 5장까지. 이야기는 가가리가 아카네를 집에 초대해 자신이 만든 요리를 함께.. 2023. 2. 5.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할 인문 교양 서적조차 감성적으로, 정확히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나는 성격이 그모양이라 철학과 친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판 해설 초반에 ‘알튀세르 개인의 사생활과 당대 프랑스 지성사의 내밀한(사실은 얼마간 외설적인) 풍경을 엿보는데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 이라고 한 부분에서 몹시 찔렸다. 왜냐하면 알튀세르의 사생활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여다 봤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같은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자서전이면서 자서전이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의문투성이의 이 책이 그토록 오래 마음에 남은 까닭은 알튀세르의 개인사가 담겨서다. 특히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부분이. 파졸리니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그의 죽음때문이었다. 충격.. 2023. 2. 3.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