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6 프리다 칼로 사진전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헤이든 헤레라의 전기를 통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프리다 칼로는 생소한 화가였으며 국내에 나온 저작이 없었다.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이든 헤레라의 프리다 칼로 전기를 뛰어넘는 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국내에 나온 칼로 관련된 책 중에서는. 르 클레지오 역시 칼로에 대한 책을 썼는데(국내에 나와있음) 를 읽은 이후로 나는 이 작가의 비대한 자아를 견딜 수 없었다. 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프랑스적인 기질을 발휘해 소설을 쓰고 수필을 쓰지만 클레지오의 칼로에 대한 책은(그건 전기도 뭣도 아니다) 자신이 상상하는 틀에 가둔 상상 속 칼로에 불과하다. 그래서 미련없이 버렸다. 헤이든 헤레라는 프리다의 삶을 충실히 그리면서도 그녀의 내면까지 깊게 파고들며.. 2023. 4. 4. 서울공예박물관 다녀온 지 일주일도 더 넘었는데 포스팅을 하지 못한 이유는 엉성하게 찍은 사진을 정리하지 못해서다. 바쁘기도 했지만 하려고들면 못 할 것도 없었는데 일단 손을 대기가 귀찮았고 트위터 헤더 등 다른 것부터 손보느라 외면하고 있었다.서울공예박물관은 처음인데, 사는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면 자주 올 것 같았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서울살이를 바라는 이유는 이런 전시회나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에 살면 공예박물관도 틈날 때마다 보러 왔을것이다.시각적 즐거움만 충족하는 그림과 달리 공예품은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에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좋다. 건물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우왕좌왕 했는데 휘휘 둘러보기 좋다. 흥미로운 소품이-소유욕이 강하게 드는-꽤 많았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2023. 2. 14. 테이트 미술관 특별전 '빛' 근래 본 전시회 중 가장 돋보여서 애초엔 길고 자세하게 쓰려고 마음 먹었고 꽤나 의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의욕은 점점 사그라들고 어느덧 부담만 남았다. 급기야는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말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쓰지 못할 것 같아 간단하게나마 적기로 했다. 북서울 미술관은 처음 가봤는데 왕복 네 시간이 걸렸다. 가고자 한다면 꽤나 거창한 각오를 해야할 것 같다.이번 전시회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현대 미술이었는데 빛이라는 개념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리적 장치로 표현된 빛은 신비롭고 정적이며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명상이나 선의 단계로까지 확장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고보면 요즘 현대 미술은 그런 측면이 두드러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22. 5. 19.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이번 주로 막을 내리는지라 기록 차원에서 짧게.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호안 미로를 빼면 그다지 인상에 남지 않는다(사실 호안 미로도 딱히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곳의 전시회는 뭔가 산만한 느낌을 준다. 동선도 어딘가 어수선한 감이 있고 주제별로 묶어놓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전시 품목만 따지면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부가적인 요소가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전시회에서 이런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작품별로 주제를 어떻게 묶고 동선을 짜는 일은 큐레이터의 몫일텐데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그리고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어쩐지 기피하게 된다. 이번에는 러시아 미술이라 갔는데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보는둥 마는둥.. 2022. 4. 12. 다가 신의 동판화-에도가와 란포의 세계 -2016년 6월 27일 다가 신(多賀新)은 1946년 홋카이도 출생으로 1969년부터 독학으로 동판화를 익혀 다수의 상을 거머쥐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이다. 동물이나 인체를 모티브로 종교, 신화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순요도 출판사는 그러한 다가 신의 동판화를 표지로 에도가와 란포 시리즈를 냈다.보통 이런 인물은 위키피디아에 설명이 장황하게 나오곤 하는데 다가 신은 별다른 내용이 없다. 위의 설명이 전부다. 웹 검색을 해도 나오는게 없는걸 보면 작가가 자신을 내보이길 꺼리나 싶다. 그래서 특별히 적을게 없다. 다만 그로테스크한 그의 선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 든다. 2022. 4. 5. 에밀 놀데 어떤 화가나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겹쳐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그림인데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끌리고 주의 깊게 살펴본다.그리고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봤을 때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된다.내 경우는 고통과 슬픔이었다. 비록 같은 상황에 처해 본 적은 없을지라도 그가 느낀 슬픔과 고통, 절망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아픔에 깊게 동화될 때. 놀데의 풍경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뭉크의 그림을 병든 아이를 봤을 때도 그랬다.병든 기색이 완연한 소녀와 그 옆에서 절망의 몸짓을 내보이며 슬퍼하는 엄마.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이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모든 희망이 꺼지고 슬픔만 남는다.원색으.. 2022. 4.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