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8

폭력적인 삶-파졸리니

주인공 톰마소 푸칠리의 열세 살에서 스무살까지 삶을 그린 (1959)은 파졸리니가 동성애 스캔들로 공산당에서 축출되어 로마 변두리에서 교사 생활을 했을 때 쓴 소설이다. 평전에는 파졸리니의 삶과 결부시켜 으로 옮겼는데(또한 일본판 제목도 激しい生이다) 파졸리니의 삶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제목이겠으나 내용으로 보나 소설 속에 그려진 상황을 보나 폭력으로 번역하는게 걸맞는 것 같다. 파시즘이 만연했던 당시 빈민촌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아이들의 폭력적인 일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그의 동성애가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파졸리니는 공산당원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로마로 쫓겨간 그가 빈민촌의 소년들을 보며 쓴 소설이 거리의 아이들(Ragazzi di vita 1955 평전에서는 발랄한 소년들)과..

루이스 웨인의 전기적 삶

영화는 루이스 웨인이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 어머니와 다섯 여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스무살 때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던 배를 타고 가다 생긴 사건을 보여줄 때 간간이 설명하는 식이다. 전기 영화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루지 않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영화에서 주어진 정보 만으로도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키에 나온 내용을 조금 덧붙이자면, 그의 아버지는 직물상이었다. 영화에서 루이스 웨인이 (나중에 아내가 될) 가정교사 에밀리의 파란 숄을 눈여겨 보고 멋지다고 칭찬하는 장면이 있는데 직물상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옷감에 대한 안목을 길렀기 때문일 것이다. 에밀리는 죽기 전 날 숄 조각을 루이스의 일기..

보고 듣고 2022.04.11

밀 힐렐스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요새 한동안 새벽에 명명을 듣지 않았는데 어제는 재즈수첩 듣다가 이어폰을 낀 채로 잠이 들었고 명명의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간쯤에 깼다. 깰 때가 되어서 그런 건지 치프라 때처럼 연주에 깬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잠에서 깨니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꿈과 현실을 오가며 들리는 연주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예밀 길레스는 소련의 오데사 태생으로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속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어로 하면 예밀 길레스가 아니라 밀 힐렐스다. 하지만 예밀 길레스로 부르고 있고 명명 진행자 역시 그 이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면에 있어 이 진행자는 고집스럽다. 위키에도 길렐스라 표기하고 있는데 메모 부분에 힐렐스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보고 듣고 2022.04.11

[인터뷰] 해피 아워 - 하마구치 류스케

원문은 여기 https://kobe-eiga.net/webspecial/cinemakinema/2015/12/539/ 2015년 11월 21일 고베 영화 자료관에서 행해진 인터뷰. 취재,글: 라디오 간사이 요시노 다이치 *편의상 반말투. 존칭 생략, 의역, 오역 주의 ->일부만 옮겼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만든 고베 영화 가 상영중이다. 즉흥 연기 워크샵에서 시작해 클라우드 펀딩과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을 하며 개봉 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집대성적 요소와 신선함을 두루 갖췄다. 작품을 형성하는 대사와 카메라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본을 상영한 지 약 십 개월 만에 극장 개봉을 했다. 5시간 17분 판본이 되기까지 경위를 말해줄 수 있나. 하마구치: 올해 2..

[인터뷰] 브루투스 하마구치 류스케 -원작과 영화 비교

*편의상 반말투, 존칭 생략, 의역 및 오역 주의. 단편 원작 영화는 각색이 재미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듣고 영화화 된 다섯 편이 원작과 어떻게 다른지 스포일러를 무릅쓰고 탐색한다. 먼저 무라카미가 기쁘다는 감상을 남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부터. -원작 를 접한 건 언제였나 하마구치: 처음 읽은 건 삼십 대 중반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분슌에 실린 걸(*2013년 12월호)추천해줘서 읽었는데, 연기가 주요 소재란 점과 이야기가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 이제껏 내가 다룬 이야기와 비슷했다. 당시 나한테 무라카미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건 현실미가 전혀 없었는데 이건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제작자가 처음 기획한 작품은 다른 단편이었다. 하마구치: 제작자인 야마모토 데루히..

[칼럼] 탐정 소설과 통속 장편 -가사이 기요시

원문은 여기에 SF애독자였던 미시마 유키오는 아서 C. 클라크의 을 두고 구상과 문체가 최고수준인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또한 미시마 역시 SF로 분류될 수 있는 장편소설 을 썼다. 세계대전 중에 소설 장르로 형성된 것은 비단 SF뿐만은 아니다. 탐정 소설 역시 일차대전 후 영미에서 장르로 확립되었다. 그러나 미시마는 SF와 다르게 '추리 소설 비판' 에서 추리 소설은 트릭키라 싫다고 말한 바 있다. ‘고전 명작이라 할 수 있는 포의 단편을 제외하고 추리 소설은 문학이 아니다. 물론 세간에서는 문학이라 보는 흐름도 다소 있다' 라는게 이 글의 요지다. '추리 소설 비판'은 1960년 7월 27일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한 글로, 순문학 변질론을 주창했던 평론가 히라야마 겐을 비롯해 비평가들이 마쓰모토 세이초를..

[올리뷰스] 양귀비가 되고 싶었던 남자들- 의복의 요괴 문화지

원문은 여기 다케다 마사야. 글쓴이 장경(張競)은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현재 메이지 대학 국제 일본학부 교수. 절묘한 제목이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중국 여장사라고 해야할 내용이다. 공자나 맹자의 말씀을 떠올리며 읽으면 유쾌하기 그지없다. 복식을 둘러싼 금기와 침범이 왕권의 성쇠를 상징하는 암호로 여겨지는 것 역시 중국적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어에 기이한 복장이라는 뜻의 기장이복(奇装異服)이라는 말이 있다. 빈번하게 쓰이는 일상용어지만 일본어로 옮기려면 적당한 말이 없다. 많은 중국인들에게 문화혁명의 기억은 기장이복의 추방과 함께 시작된다. 어느날 갑자기 거리에 홍위병이 나타나 기장이복에 가위를 들이댄다. 기이한 복장이라고 해서 꼭 기발한 디자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차이나 드레스는 물론 신사복, 원피스..

[책 속 한구절] 치아키의 해체원인 - 니시자와 야스히코

-2015년 작성해 뒀던 걸 옮기고 덧붙임 "미국은 정말 재미있는 나라야. 문화든 문학이든, 전통이 없는 만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으로 보충하려고 하잖아. 그 창조열의 부산물로 그런 부정적인 인간성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보면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그 나라답다고 생각하지 않아? 존 베리먼도 그렇고 실비아 플러스도 그렇고." "문학자가 파탄에 이르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 치호는 태연한 얼굴로 거칠게 내뱉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공연한 의의를 두기도 하지. 단순히 타락했을 뿐인데, 추함의 미학이라며 거드름을 피운다든가. 사상 철학의 승화라든가, 사랑과 신뢰의 좌절이라든가, 이지(理智)의 패배라든가. 그에 비하면 베리만이 알코올로, 플라스가 자살로 돌진한 그 무의미함이란." "닷쿠가..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며칠 전 새벽에 명연주 명음반을 듣다가 이 곡이 흘러나왔다. 잠결이라 반쯤 무의식 상태였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고 중간에 요정의 음악같은 부분에서 그랬다. 프로코피예프는 리흐테르의 회고록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내 미라와 함께 한 사진을 보며 피에로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회고록에서는 2번 협주곡에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리흐테르가 좋아한 곡은 1번이기 때문이다. 잠깐 언급되는 2번은 보리스 골트슈테인 연주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다행히 블로그에 이 곡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와 있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orature&logNo=221499768988 블로그에서는 '오랜 망명..

보고 듣고 2022.04.05

[대담] 아리스가와 아리스X기타무라 가오루

-2018년에 작성 과연 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인가 출처 원문: 분슌 온라인 -올 요미모노 2월호 본격 미스터리 작가가 이야기 하는 마쓰모토 매직 기타무라: 오늘은 같은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 아리스가와 씨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 마쓰모토 세이초를 훌륭한 작가라 여기지만 중학생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격한 분노를 내뿜었습니다. 아리스가와: 시작하자마자 치고 들어오시는군요 (웃음) 기타무라: 도서 대여점에 가니 이 있더라고요. 출간될 무렵부터 상당히 화제가 되어서 제목은 알고 있었기에 이게 그 인가 하며 빌렸습니다. 저는 그 무렵 아유카와 데츠야 선생의 작품으로 미스터리를 처음 읽게 된 본격 초짜였거든요. 그래서 을 읽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내던지고 싶었습니다. 대여점 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