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인터뷰] 해피 아워 - 하마구치 류스케

디멘티토 2022. 4. 5. 11:47

 

원문은 여기 https://kobe-eiga.net/webspecial/cinemakinema/2015/12/539/

 

20151121일 고베 영화 자료관에서 행해진 인터뷰.

취재,: 라디오 간사이 <시네마 키네마> 요시노 다이치

 

*편의상 반말투. 존칭 생략, 의역, 오역 주의

->일부만 옮겼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만든 고베 영화 <해피 아워> 가 상영중이다. 즉흥 연기 워크샵에서 시작해 클라우드 펀딩과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을 하며 개봉 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집대성적 요소와 신선함을 두루 갖췄다. 작품을 형성하는 대사와 카메라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본을 상영한 지 약 십 개월 만에 극장 개봉을 했다. 5시간 17분 판본이 되기까지 경위를 말해줄 수 있나.

 

하마구치: 올해 2월에 디자인 크리에이터센터 고베에서 5시간 36분 편집판을 상영했다. 제작자는 그날 처음 전체를 보고 내용을 파악했다. 그 뒤 다들 줄여야겠다고 해서 3시간 20분과 3시간 50분짜리 판본을 만들었다. 하지만 5시간 36분짜리가 재미있어서 기본적으로 영화에 있어 이게 가장 좋겠다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 뒤 줄일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을 잘라내고 최종적으로 5시간 17분으로 완성이 되었다. 

-편집판 상영 후 토크 이벤트에서 3시간이었어도 그건 그것대로 다른 무게를 지닌다는 말을 했다. 반 년 쯤 전에 작년 9월에 방송에서 말했을 때는 아직 시나리오 수정 중이라고 했다.

 

하마구치: 그때는 한창 수정 작업을 할 때였다. 고치고 또 고쳤는데 훨씬 전에 개최한 워크샵 성과 발표집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제목을 <신부들(BRIDES)>이라고 정했다. 20142월 시점에서 두 번째 원고 작업을 했는데 초고를 기본으로 해서 어느 정도 괜찮다 싶을 만큼 고친 두 번째 원고가 <신부들(BRIDES)>의 원형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얼마나 수정 작업을 했나.

 

하마구치: 우선 20145월에 세 번째 원고로 촬영을 시작했다. 공동 각본가인 다카하시 도모유키가 인터뷰(http://kobe-eiga.net/webspecial/cinemakinema/2015/09/473/ )에서 자신은 각본을 분석해 피드백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세 번째 원고가 두 번째보다 재미없다는 거다.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두 번째 원고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크샵 참가자들이 연기하는 모습이나 현장에서 좋다, 아니다를 판가름 하는 입장에서 내가 자신있게 오케이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감각적으로 이걸 찍는 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인물 묘사와 대사가 좀 더 일상적인 세 번째 원고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는데 드라마틱한 부분을 없앴기 때문에 역시 재미가 없는거다. 그건 큰 문제다. 연기자들에게 찍는 영화가 재미있을지 없을지 여부는 동기 부여와 관련이 있으니까. 그래서 사실을 직시하고 각본을 바꿔야겠다 결심했다. 그때부터 지옥의 수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8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일곱 번에 걸쳐 수정 작업을 했는데 여섯 번째까지는 상당히 많이 수정했다.

 

-그 과정을 말해 줄 수 있나?

 

하마구치: 5월에 촬영을 시작하고 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가서 네 번째 원고를 공동 각본가인 노하라 다다시와 다카하시 도모유키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내 주도 하에 다섯 번째 원고를 써서 줬고 그걸 바탕으로 6월에서 8월까지 촬영했다. 그렇게해서 영화 중반 정도까지 찍었는데 마지막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이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싶었고 두 번째 원고까지 존재했던 폭발력이 없었다. 8월까지 촬영한 분량을 가지고 마지막을 향해 가려면 원고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내야 했다. 하나는 말하고 싶은 드라마를 이야기할 것. 또 다른 하나는 연기자가 연기할 수 있는 대사를 쓸 것.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상상 가능한 대사같은건가.

 

하마구치: 그렇다. 연기자들의 평소 모습을 보면서 이건 절대 말할 수 없겠다 싶은 대사는 지운다. 하지만 말한 적 없지만 할 수 있는 대사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했다. 그렇게해서 여섯 번째 원고를 중심으로 8월 말에서 9월 까지 찍었다. 일곱 번째 원고는 촬영하기 일주일 전에 완성되었는데, 구체적인 연기 지도나 촬영 상황을 고려해 미세한 부분을 덧붙였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장면을 찍을 때마다 달라지는 형태로 마무리 된게 일곱 번 째 원고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완성해 가는 방식은 과거에는 없었나.

 하마구치: 이번에는 <시치미 떼는 얼굴(何食わぬ)>(2003)을 찍었을 무렵의 감각에 가까웠다. 그 영화는 연기 경험이 없는 친구들을 출연시켰다. 그들이 못하겠다고 한 건 각본에 쓰지 않았다. <열정>(2008) 에서는 전문 배우들하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대사를 쓸 수 있었는데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이번 영화를 제작할 당시 초반 태도는 <시치미 떼는 얼굴>에 가까웠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대사를 쓰지 않고 어떻게 드라마를 구성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다들 드라마틱한 대사를 할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두 세 달 촬영하면서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후반부를 향해 도약하는 대사를 쓸 수 있었다.

 

 

-다카하시 도모유키와 노하라 다다시와 공동 집필 하는 과정에서 역할 분담을 어떻게 했나.

 

하마구치: 분업 체제를 대강 말하면 우선 노하라가 첫단추를 끼운다. 초고와 두 번째 원고 대부분은 그가 썼다. 그다음 현장에서 지휘하는 입장에서 내가 이건 안 되겠다 싶은 걸 고친다. 최종적으로 다카하시가 분석하고 피드백 한다. 이게 대략적인 방식이다. 그와중에 노하라가 드라마를 굉장히 멀리까지 옮겨줬다. 영화가 드라틱하게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건 노하라였다는 기분이 든다.

-아리마의 버스에서 준이 사진을 찍어 준 여성과 대화하는 장면은 왠지 <Friend of the Night>(2005)를 연상시켰다. 이건 당신이 쓴 대사라고 추측했는데 어떤가.

 

하마구치: 정보로 전달하자면 거기서 다키노 요코라는 여자가 말하는 미에현의 과수원 일화 대부분은 노하라가 쓴 것이다.

 

 

-예상과 크게 빗나갔다. 역시 노하라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다(웃음) 다카하시는 셋이 썼기에 혼자서는 탄생시킬 수 없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공동 집필의 장점은 뭔가.

 하마구치: 셋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으며 작업이 진행된다. 어떤 말이 남을지에 대해 지긋이 음미할 수 있지만 말이 많아진다. 주고받는 과정에서 타이트한 영화가 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웃음)

 

-갈고 닦으면서 좋아진다는 말인가(웃음) 말의 영화라는 당신 작품의 특성은 이번 작품에서 훨씬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마구치: 말의 영화라는 건 연기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열정>에 나온 오카메 나오가 "대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눈에 띄는지 여부가 아니라 거기에 있어도 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대사가 없으면 자유로울지 몰라도 대사가 있어야 자신의 역할이 뚜렷해서 안심이 된다는 말이 강하게 와닿았다. 대사가 연기자를 그 자리에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말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원형은 어디서 얻었나.

 

하마구치: 워크샵을 개최하는 동안 각본을 생각해야했다. 그 즈음에 내가 스태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중 한 명이 밤에 술집에서 결혼한 여성 간호사가 육체 관계를 맺자며 유혹해서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볍게 넘길만한 이야기였는데 그 간호사는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이 맴돌았다. 그런 한 편 워크샵에 삼십대 후반 여성 넷이 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이 떠올랐고 존 카사베츠의 <남편들>(1970)이 생각났다. 해피 아워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시치미 떼는 얼굴><열정>을 원형으로 삼기도 했다. <남편들>의 친하게 지내던 네 친구가 한 명을 잃은 뒤 나머지 셋이 방황한다는 설정을 써보고 싶었다. 그걸 워크샵의 삼십대 후반의 여성들로 대체해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면 어떨까 생각한게 발단이 되었다.

 

 

-네 명의 인물 설정은 어떻게 했나.

 

하마구치: 어떤 인물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단순한 것에서 시작된다. 세 명의 경우는 특히 쉬웠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인의, 지혜, 용기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말하자면 난폭한 큰아들, 굉장히 현명한 둘째 아들, 마음 따뜻한 셋째 아들로 나누는 것이다. 이 영화도 그런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 역을 누구에게 맡길지, 사라지는 역은 누구로 할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주도할만하고 말을 잘할 것 같은 사람에게 이 역할을 맡기기로 하고 상황에 따라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캐릭터와 연기자 사이에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 존재하고 한 캐릭터 속에 지금 예를 든 세가지 요소가 섞여있기 마련이라 점점 혼탁해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완성되는 시점에서 대부분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