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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장악한 이세계 환생 -이노우에 아키토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slowinternet.jp/article/20240718/글쓴이 이노우에 아키토는 컴퓨터 게임을 중심으로 한 인문 사회과학 연구자로 현재 리쓰메이칸 대학 부교수. 이 기사는 2021년에 올린 연재를 갱신한 것으로, 글에 실린 작품은 2021년을 기준으로 했음을 참고 하기바람.*편의상 반말체로 썼으며 의역 또는 오역에 주의. 내용이 길어 후반부는 생략한 부분이 있으나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요즘 아시아 공통 언어가 된 이세계 환생물 대부분은 복수극 형태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일본이 괴롭힘을 당한 이가 개인적 동기로 강자에게 되갚아 주는 전개가 많은 반면 한국과 중국은 ..

온 세상이 비라면-이치카와 다쿠지

비를 좋아해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시기도 장마철이다. 눅눅한 습기와 곰팡이가 지배하는 시기임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는 늘 죄책감이 서린다. 때가 때인지라 태풍이 불고 수해라도 나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과 재난은 관계가 없을 듯 하지만 죄책감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저번에 주말에 비가 쏟아졌는데 문득 이 책이 생각났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초기 단편 세 편을 묶은 단편집으로, 국내에도 번역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되었다. 오래 전에 번역서만 보고 말았는데 마침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길래 원서를 구입해 다시 봤다. 처음 보고 제목에 반해 읽었고 깊은 우울에 빠진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는데 원서로 다시 읽으니 ..

밤의 정적들

이 글을 올리려고 했던 때는 작년 가을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어느 날,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본 밤풍경이 마음에 남았고 동영상을 찍고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사진과 영상만 올리고 비공개로 놔둔 것이 기어코 해를 넘기고야 말았다. 쓰려면 못 쓸 것도 없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블로그를 방치한 채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하여 생각난 김에 짧은 글이나마 남겨두기로 한다. 장마철을 좋아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이면 집에 있다가도 밖으로 뛰쳐 나가곤 했다. 이 날은 비가 온 건 아니었고 포근한 날이었을 것이다. 집에 들어오는데 문득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스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면 마음을 빼앗겨 한참을 쳐다보곤 하는데 이 날은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나뭇가지들도 가만..

스치는 단상 2024.04.29

[인터뷰] 액자 소설을 포함한 두 작품을 낸 온다 리쿠

일본 경제 신문에 실린 인터뷰로, 원문은 여기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D289SV0Y3A420C2000000/ 작가 온다 리쿠가 장편 미스터리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또다른 소설 을 차례로 냈다. 집대성적인 작품으로 창작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술회한다. 5월에 나온 (슈에이샤)가 슈에이샤 문예지 에 연재를 시작한 것은 2007년 10월. 그 후 지면을 옮겨 문예지 에 실렸다. 연재 기간만 따지면 15년이다. 수수께끼의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의 대표작 은 세 번이나 영상으로 제작될 뻔 했지만 그때마다 뜻밖의 사고로 중지되고 저주받은 소설이라는 소문이 돈다. 그 비밀을 쫓는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는 호화 여객선 여행을 통해 관계자를 취재하기로 한다. "애거사..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요즘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을 즐겨 듣고 있다. 예전에도 즐겨 들었지만 지금은 사뭇 다른 태도로 듣게 된다.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단순히 좋다는 감상외에는 별다른게 없었는데 지금은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와닿는다. 그런데에는 나에게도 풍파에 시달린 지난한 세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노래가 어떤 시기에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철없고 무모하던 어린 시절에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나이를 먹고 힘든 일을 겪으며 자연스레 터득한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데는 이 노래가 빌리 조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떠돌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바에 들어가 술을 주문한다. 꽉 조인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푸르며 소매를 접어 올린다. 그리고 천천히 잔을 들어 피..

스치는 단상 2023.07.04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공간

어제부로 이글루스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이런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유독 아쉬운 것은, 얼마전 트위터에서 자주 가던 블로그가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올초 1월에 니클라스 루만에 대한 포스팅을 올려서 반가웠다는 말을 했는데, 이글루스 블로그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댓글을 자주 달고 메일 교환까지 하며 친분을 쌓은 그 분과 교류는 그 분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블로그를 닫으며 끊어졌다. 그렇게 끊긴 연결고리가 근 십 년만에 다시 글을 올리며 다시 이어지나 싶었고 반가워서 댓글까지 남겼건만 이글루스 서비스가 종료되는 바람에 다시 끊겼다. 그게 너무도 아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 오랜만에 번역가 아사바 사야코의 블로그를 들어가 죽 훑었다. 아사바 사야코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에서 ..

스치는 단상 2023.06.17

복수-미시마 유키오

조분샤에서 나온 은 모두 다섯 권으로, 주제별로 모은 앤솔러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라 원문을 가다듬어 이해하기 쉽게 고쳤다. 저주 편에는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세 편이 전쟁으로 인해 은원 관계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복수’도 그 중 하나다. 이 단편은 1954년 (줄여서 분슌) 7월호에 실린 것으로, 아들을 전쟁 범죄자로 만들어 교수형에 처하게 만든 남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읊어보자면, 곤도 도라오는 부하이자 같은 마을 사람 구라타니 겐부의 아들을 전쟁 범죄자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게 한다.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겐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이끈 도라오에게 복수를 맹세한 혈서를 보낸다. 언제 겐부가 찾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도라오..

활짝 핀 벚꽃 숲 아래 -사카구치 안고

'활짝 핀 벚꽃 숲 아래(桜の森の満開の下)' (1947)는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로 안고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설화적 분위기가 짙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왔지만 생소하지 않을까 싶어 내용 소개를 하자면, 어떤 산마루에 산적이 살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여행객의 금품을 강탈한 뒤 죽이고 동행한 여인이 마음에 들면 자신의 여자로 삼았다. 산적은 산이 자신의 것이라 여겼지만 딱 한 군데 벚나무 숲만큼은 두려워 했는데 벚꽃이 활짝 필 무렵 나무 밑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면 미쳐버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봄 날, 그 날도 산적은 여행객을 덮쳐 죽이고 동행한 여인을 산채로 데려왔다. 남편이 죽는 모습을 봤음에도 여인은 산적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것저것 지시했다. 여인은 산적으로 하여금 산채에..

프리다 칼로 사진전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헤이든 헤레라의 전기를 통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프리다 칼로는 생소한 화가였으며 국내에 나온 저작이 없었다.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이든 헤레라의 프리다 칼로 전기를 뛰어넘는 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국내에 나온 칼로 관련된 책 중에서는. 르 클레지오 역시 칼로에 대한 책을 썼는데(국내에 나와있음) 를 읽은 이후로 나는 이 작가의 비대한 자아를 견딜 수 없었다. 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프랑스적인 기질을 발휘해 소설을 쓰고 수필을 쓰지만 클레지오의 칼로에 대한 책은(그건 전기도 뭣도 아니다) 자신이 상상하는 틀에 가둔 상상 속 칼로에 불과하다. 그래서 미련없이 버렸다. 헤이든 헤레라는 프리다의 삶을 충실히 그리면서도 그녀의 내면까지 깊게 파고들며..

보고 듣고 2023.04.04

어떤 기억

여덟 살인가 아홉 살인가, 아마 아홉 살 때일 것이다. 작은 아버지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때만 해도 시골은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되지 않아 외부에 설치되었다. 흔히 말하는 변소였다. 그 근처는 친가 쪽 친척들이 모여 사는지라 그 중 한 집을 방문해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용변이 급해 변소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집 외에 화장실을 가는걸 꺼려했는지라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변소 문을 연 후 보고 말았다. 거기에는 어떤 여성이 목을 매 죽어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머리카락이 얼굴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에 표정까지 보지는 못했다. 한참을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어쩐지 외면할 수 없어 빤히 쳐다봤다. 그 때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설명하기란 어렵다...

스치는 단상 202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