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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하며 몇 분야에 걸쳐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꼽는 올해의베스트. 역사적인 한 해로 마감될 2024년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피로로 점철되고 있지만 결산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했다. 책은 국외와 국내로, 소설과 비소설로 나눠서. 늘 그렇듯 순위는 숫자에 불과할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국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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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메라미싱-오가와 사토시
첫 번째 단편은 ‘칠십 인의 번역자들’ <칠십인역> 성서에 대한 내용으로, 기원전 262년 화자인 나는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섬에 성서를 번역하기 위해 일흔 명의 역자들을 부른다. 두 번째 장은 2036년으로 건너뛰어 칠십인역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지며 종교와 음모론이 만나면 어떤 파급력을 발휘하는지 잘 그린 소설로 종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쓴 여섯 편의 단편집.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모든 단편이 종교적인 것을 다루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상 필수불가결한 것이기에 부정하기 보다 어떻게 마주하고 공존해야 하는지 탐구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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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한병원-한쑹
평범한 시민 양웨이는 출장을 간 C시 호텔에서 생수를 마시다 배가 아파 쓰러지고 호텔 직원들이 병원으로 옮긴다. 병원 외래는 많은 환자들이 있어 검사할 차례가 오지 않는다. 양웨이는 고통을 참으며 기다리는 와중에 병원이 혼돈의 도가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병원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는 사람도 있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 진료를 받기 위해 창구에 앞에 드러누운 사람도 있다. 이윽고 양웨이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지만 이상하게 치료는 받을 수 없다. 병원에서 나가려 해도 입구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상태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이 병든 사회였던 것. 암울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그린 SF 소설 병원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서평에서 류츠신의 삼체가 하드SF와 인간 드라마라고 한다면 한쑹의 무한병원은 카프카적 부조리 문학의 SF라고 하고 영미판 옮긴이 마이클 베리는 한쑹의 “당신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당신이 어떤 병에 걸리는가이다.“를 인용하며 역시 카프카의 소설 <성>과 비슷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중국 SF는 미래를 통해 과거로 회귀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SF가 미래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경향이 특히 강하다. 미래를 통해 현재를, 그리고 과거를 반성하는 시각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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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곤륜노-고이즈미 가주
<곤륜노>는 본래 <섭은낭> 작가 배형의 전기소설로, 귀족 자제 최생의 하인인 마륵이 최생이 사랑하는 여인과 이어주기 위해 신기한 무공을 발휘한다는 소설. 고이즈미 가주는 곤륜노의 작가 배형을 탐정으로 설정해 미스터리로 변신시켰다. 고이즈미 가주에 대해서는 1975년생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나와있지 않다. 1100년대 후반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성지 순례를 하던 중 겪게되는 괴이한 사건과 조우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과 내용의 소설 <불나방>으로 2000년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각종 미스터리 순위에 올라 주목 받았지만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중고책이 높은 가격으로 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곤륜노는 23년만에 나온 작품으로, 작가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다는 자체도 미스터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에 수수께끼에 수수께끼를 더한 이중 미스터리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한 고전 소설을 이렇게 되살린 재주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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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백장미 살인 사건-크리스틴 페린
1965년 십대인 프랜시스 애덤스는 친구 둘과 영국 시골 축제에 참여하고 거기서 점쟁이로부터 언젠가 살해될거라는 예언을 듣는다. 프랜시스는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보내고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외부와 담을 쌓은 채 지낸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아무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60년이 지나 프랜시스는 살해되어 시신으로 발견된다. 때마침 프랜시스의 증손녀이자 미스터리 작가 애니 애덤스는 프랜시스의 저택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애니가 고풍스러운 영국의 캐슬 놀 마을에 도착했을 무렵 증조할머니 프랜시스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애니는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히려고 마음먹지만 평생 비밀스럽게 산 할머니 덕분에 마을 사람들 모두 살해 동기가 있는 것처럼 느끼며 사건을 풀어간다는 내용.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가 큰 화두였는데, 과거를 파고드는 회고주의가 미스터리의 중심축인 걸 생각하면 백장미는 과거 없이는 현재도 없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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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본 부채의 비밀-아리스가와 아리스
마이즈루 해변 마을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청년이 나타난다. 이름도, 출신지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부채. 그리고 수수께끼 청년의 주변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 청년은 사건과 함께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의심을 산다. 동기도, 범행 방법도 풀기 어려운 사건에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수사에 나선다는 내용. 이 소설은 원래 엘러리 퀸의 국명시리즈인 일본 부채의 비밀에서 가져왔는데 여기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1936년 <코스모폴리탄>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원제는 문 틈(The door between)이었지만 <일본 부채 미스터리>(The Japan Fan Mystery)라는 잘못된 정보가 일본에 퍼졌고 국명 시리즈에 일본이 나와 기쁘다는 분위기였다고. 그러한 데는 작품 속 피해자가 일본식 정원을 만드는 등 일본 풍습을 따르는 인물이었기때문이다. 펄 벅을 닮은 작가 카렌 리스는 일본에서 자라 일본 배경의 소설을 쓰지만 맨해튼에 살고 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 연구자 존 맥클루어 박사와 약혼했는데, 어느 날 맥클루어 박사의 딸 에바가 목이 잘린 채 죽은 카렌을 발견한다. 이에 엘러리 퀸이 진상을 밝힌다는 내용.
히무라 시리즈 중 오랜만에 나온 국명시리즈라 반갑다.
국외 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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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세이 나발니 회고록
2020년 독살 당할 뻔 했을 때 나발니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고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앞 부분은 지난 시절에 대한 회고이고 뒷 부분은 2021년 체포되어 감옥에서 쓴 편지로 채워졌다. 감옥에서 쓴 편지에는 나발니가 독살되었다는 단서가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증거가 될만한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 법대 출신인 나발니는 온라인으로 비리를 폭로했고 반부패 조직인 FBK를 설립했다. 하지만 투옥된 나발니는 끝내 독살 당해 올해 세상을 떴다. 푸틴은 유족들에게 장례식을 비공개로 할 것을 요구했고 만약 응하지 않을 경우 시신을 감옥에서 썩게 놔두거나 안 내주겠다고 협박했다. 나발니의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시신을 인도 받고 비공개로 장례식을 치뤘다. 푸틴을 반대하는 유명인사는 어떻게든 죽이고마는 푸틴의 악랄함은 나발니에 이르러 정점을 찍은 것이다. 푸틴에게 대항하는 지도자로서 희망의 상징이었던 나발니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에 대해 슬픔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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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엘과 중국: 탐미를 둘러싼 사회 정세와 매력 - 슈미쓰
중국에서는 비엘이라는 용어도 쓰지만 최근에는 주로 탐미(단메이)를 주로 쓰는데 이는 일본의 탐미에서 가져온 용어로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위한, 동시에 그들이 쓴 작품 및 타작품에서 파생된 남성 연애이야기이다. 1990년대 클램프의 성전과 도쿄 바빌론을 계기로 중국에 비엘 토대가 마련되었고 꾸준한 인기를 얻었지만 검열 정책으로 인해 몇몇 작가가 법적인 처벌을 받으며 억압 받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사회 정세에 따라 변화하는 비엘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데, 비엘 진화론 이후 오랜만에 보는 연구서로 중국 사회를 전망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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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리 십구 생모르 거리 209번지 - 루스 질베르망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근간에 소개되었을 때부터 어쩐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저자 역시 들어본 적이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종종 이 책이 생각나 검색했고 나와있는 정보도 별로 없어 감이 잡히질 않음에도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었기에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었고 책 내용 역시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영화가 먼저인지 책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건물에 대한 역사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들 뒤에 존재했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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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낯선 영화와 - 하마구치 류스케
리얼사운드의 후쿠시마 료타 연재 ‘미디어가 인간이다.’ 첫 번째 글 ‘21세기 미학을 향하여‘ 에서 다뤘던 책으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강좌 모음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2024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개봉했고 국내의 연말 각종 영화 순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영화보다 영화에 대한 견해를 담은 책이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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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딕과 몸 상상력과 해방의 영문학- 오가와 기미요
가부장제에 맞선 여성 작가들의 고딕 소설을 통해 고딕을 해부하는 내용으로, 고딕이라는 전술을 통해 정치적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머리말에 따르면 고딕소설이 꿈이나 무의식 영역을 넘나들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가 된 것은 흡혈귀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는 단순한 허구의 괴물이 아니라 19세기 인습에 저항하는 새로운 여성들의 정치적 의식을 반영한 것안데, 그런 면에서 고딕은 사회에서 제도화된 것들의 과거에서 소환된 장치를 전술로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전에 <고딕 해부>라는 책을 읽었더랬다. 예전부터 고딕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국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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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자 살해 클럽 -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
시기즈문트라는 이름이 입에 붙기까지 몇 번을 되뇌였는지 모르겠다. 그의 소설은 이름만큼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2. 피아노 조율사 -궈창성
건반 하나하나 조율하듯 세심하세 문장을 조율하며 이어지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리흐테르를 만나게 된다. 이윽고 정교하고 심오한 문체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에 다다르면 자연스레 납득한다.
3. 록우드 심령회사 -조나단 스트라우드
궁금증만 남긴채 시즌1으로 끝난 드라마를 대신할 원작이 출간 되어 기쁘다. 부디 염원이 이루어져 드라마로도 이야기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4. 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로런스 블록
우울과 허무는 하드보일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매슈 스커드는 그 한복판에 있다. 거친 세상의 사연 많은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5. 2023년생- 듀나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이어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건 까다로운 작업일 것이다. 씨실과 날실을 엮듯 원작의 인물을 가져와 자연스럽게 얽어가며 나아가는 전개에 편하게 자신을 맡기면 된다.
국내 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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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 질베르 아슈카르
이스라엘이 가자 학살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오는 그 날까지 뜨거운 연대를 보낸다.
2. 나선형 상상력 - 후쿠시마 료타
후쿠시마 료타의 관점은 늘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3. 딕테 -차학경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차학경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드디어 그녀의 저서를 마주대할 수 있음에 기쁘다.
4. 나이프- 살만 루슈디
소설로만 접한 살만 루슈디의 경험담은 또다른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다양한 이슈가 만발이었던 올해 살만 루슈디도 한 자리를 매김했다.
5.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박인성
잡지 연재할 때부터 재미있게 읽은 글이었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어 반갑고 기뻤다.
올해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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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블랑쇼
푸코 강의를 통해 읽어야지 생각만 하던 죽음의 선고를 읽게 되었고 모리스 블랑쇼에 대해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올해의 인물-미셸 푸코 ,브뤼노 라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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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문학 강의 두 개를 들었고 수박겉핥기로 알고 있던 철학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어 좋았다. 내년 강의도 기대한다.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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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용 현상: 중국 무협소설과 현대 중국 문학 역사-앤 후스, 류젠메이 엮음.
그동안 진용에 대한 자료는 논문이나 단편적인 글을 통해 접했는데, 본격적인 진용 비평서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2. 마크 로스코 도록,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도록
3.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얀 포토츠키
결국 나머지는 이와나미 판으로 구입했다.
올해의 주목 작가-히카게 조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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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게 조키치(1908~1991)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중학교 때부터 탐정소설을 애독했다. 관동대지진으로 집과 학교가 불에 타 친척집에 의탁했다. 학교 복구가 진척이 더뎌서 열네 살에 프랑스 어학교실에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가와바타 그림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웠다. 사카구치 안고와 동인지를 내고 프랑스어, 그리스어를 익혔고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와서 프랑스 요리 연구와 지도를 맡는 한편 호텔 요리사에게 프랑스어를 강습했다. 태평양 전쟁 때 소집되어 타이완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종전을 맞이했는데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하여 쓴 작품이 대표작 중 하나인 <내부의 진실>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는 형과 함께 교육영화 쪽에서 일을 했다고. 유명 호텔 요리사에게 프랑스어를 강습한 경험을 살려 쓴 <미스터리 식사학>은 미스터리 소설에 음식 이야기를 곁들인 수필집으로 각 나라의 문화사를 살펴보는 내용. <하이칼라 우쿄탐정 전집>은 중산모에 철사같은 머리카락, 사슴가죽 장갑에 길쭉한 지팡이, 프랑스풍 양복을 입은 괴신사는 원래 국제 스파이로 이름이 드높은 외무성 소속이었던 탐정 우쿄. 신출귀몰한 행동과 추리로 경시청 형사를 도발하며 돕는다는 내용의 미스터리 소설.
만나게 될 작가는 언젠가 인연이 닿게 된다는 걸 실감한다.
올해의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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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쿄 얼터너티브 - 오쓰카 에이지 글, 니시카와 세이라 그림
1945년 도쿄에 원폭이 투하되고 1989년에 끝나야 할 쇼와가 끝나지 않았다.
경시청 홍보과 자료실 조사계 임시직원 효카미 메이코, 전 수사1과 사사야마 도루, 시간 실조증 남자 우라시마 마사키, 시간을 넘나드는 소년 도키오가 동시 존재인간 얼터너티브가 일으킨 역사 수정 음모를 밝힌다는 내용으로 오쓰카 에이지의 저력이 돋보였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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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99년생-신일숙
까마득한 미래라고 여겼던 과거의 그 시간이 현재로 다가오는 걸 느끼며 상상했던 것들 중 어떤 건 실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건 여전히 상상 속 세계에 머물러 있다. 2023년생의 원작 1999년생의 미래는 과거가 되었고 2023년생의 미래는 여전히 미래다. 그 사이를 오가며 묘한 시간의 연속성을 체감하게 된다.
올해의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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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 키리코전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나. 데 키리코다.
2. 우아한 중세의 필사본전
좋아하는 필사본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다.
3. 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베르나르 뷔페의 내밀한 부분까지 파고들었던 전시회.
4. 미나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별다른 기대없이 봤는데 의외로 좋았던 전시회.
5. 데라야마 슈지전
올해 마지막을 장식한 전시회로, 조촐하게 열린 전시회였지만 데라야마 슈지의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올해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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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움베르토 에코. 세계의 도서관
에코의 서재는 집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다른 곳에 옮겨 만들어졌는데, 희귀 도서 천이백 권과 나머지 책 삼만 권으로 채워졌다고(초창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갈수록 늘어 나중에는 몇 권인지 알 수 없다고) 흥미로운 책들에 대한 이야기와 주옥같은 말들이 이어져서 두근거리며 봤고 다큐에서 언급된 모든 책을 사랑한다. "글쓰기는 노동입니다."
2. 이오 카피타노
유럽에서 가수가 되어 인기를 모으리란 꿈을 품은 세네갈의 두 소년이 이탈리아로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그 과정에서 갈취와 고문 등 험난한 역경을 겪는다는 내용으로 고난으로 점철된 험난한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지만 마지막은 희망으로 빛나서 안도했다. 이오 카피타노는 '나는 선장'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데 후반부에 사촌 무사와 만난 세이두가 이탈리아로 가려고 하는데 돈이 모자라 선장이 되어 배를 몰고 가기 때문이다.
3.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이 영화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미신으로 치부되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존재에 대한 근원적 공포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초반 악령에 씌운 아들을 처단하기 위해 목사를 부르지만 그 사람은 마을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된다. 또한 희망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섭리가 있다면 반대편에는 악의 섭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섭리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다.
4.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보로미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조각가로 유명하지만 건축가인 베르니니와 라이벌 관계였다. 석공의 아들로 태어나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배경도 없고 인맥도 없는데다 성격 또한 지나치게 외골수라 당대에 인정을 받지 못해 오랫동안 역사의 뒤안에 있었던 보로미니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보로미니가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대를 앞서 나간 비운의 천재라면 베르니니는 권력에 아부하며 권모술수를 쓸 줄 아는 전략가적 천재인데, 같은 시대를 살며 라이벌로 정반대의 삶을 살며 결코 함께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가슴에 남았다.
5. 만천과해, 구룡성채 무법지대
만천과해는 스페인 범죄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리메이크 영화로,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는 뜻. 원작과 몇 가지 설정이 다르고 서사를 부여해서 새로운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허광한 연기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군. 올해의 베스트에 넣기 충분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
올해 허광한 영화와 드라마를 몇 편 봤는데, 그 중에 압권은 만천과해였다. 허광한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었던 영화. 그리고 구룡성채는 뭐 두말할 나위없지.
올해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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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데버
2013년 처음 국내 방영을 한 인데버는 9시즌으로 끝을 맺었다. 비 내리는 숲길을 운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파일럿을 본 순간부터 팬이었던 나는 인데버를 떠나 보내는게 섭섭하다.
2. 리플리 더 시리즈
미술신문에서 카라바조를 조명하며 이 드라마에 대해 쓰지 않았다면 방영 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일단 19금이라 일반 노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카라바조와 마주하는 리플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 삼체
드라마를 둘러싼 각종 일화를 보면 허구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새 눈은 다음 화로 넘어가고 있었다. 사막에 이는 모래바람처럼 어딘가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4. 희생자 게임2
1기는 원작을 이렇게 멋지게 배반하다는 감탄이 일었는데 두 번째가 되고 보니 닥치고 시청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3기 언제 내줄건데.
5. 형사 포르스트, 악의 색깔 레드
폭력이든 성적 장면이든 일단 수위를 높이고 보는게 넷플릭스 특징인데 두 드라마는 최상으로 부합한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두 작품에 깃든 파멸성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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