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복수-미시마 유키오

디멘티토 2023. 5. 29. 17:32

조분샤에서 나온 <문호 괴담 주니어 셀렉션>은 모두 다섯 권으로, 주제별로 모은 앤솔러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라 원문을 가다듬어 이해하기 쉽게 고쳤다.
저주 편에는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세 편이 전쟁으로 인해 은원 관계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복수’도 그 중 하나다.
이 단편은 1954년 <별책 분게이 슌주>(줄여서 분슌) 7월호에 실린 것으로, 아들을 전쟁 범죄자로 만들어 교수형에 처하게 만든 남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읊어보자면, 곤도 도라오는 부하이자 같은 마을 사람 구라타니 겐부의 아들을 전쟁 범죄자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게 한다.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겐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이끈 도라오에게 복수를 맹세한 혈서를 보낸다. 언제 겐부가 찾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도라오 집안에 어느날 겐부가 죽었다는 전보가 날아든다. 소식을 들은 일가족은 사망통지서에 안심하지만 이윽고 마지막 줄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원한 관계인 구라타니 겐부와 곤도 도라오의 이름이다. 중국의 고대 네 신 중 하나인 현무(玄武)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겐부(玄武)와 백호(白虎)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도라오(虎男)라는 이름에서 여러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위키에 따르면, 백호와 현무는 둘 다 음에 속하며 백호는 소음이고 서쪽에 위치하며 계절은 가을이며 색은 흰색이다. 현무는 태음(노음이라고도 한다고)으로 북쪽에 위치하며 계절은 겨울이고 색은 검은색이다.
백호는 사신 중 가장 나이가 많다고 전해지며 반대로 가장 젊다는 설도 있다. 단일 동물 호랑이 모습으로 표현된 백호에 비해 현무는 거북이에 뱀이 둘러붙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고대 중국에서 거북이는 장수와 불사를, 뱀은 생식과 번식을 상징한다. 후한말 위백양은 <주역참동계>에서 거북이와 뱀이 얽힌 모습을 두고 암수 구분없이 한 쌍이 된 것으로, 음양의 조화라고 말했다. 현무의 원래 표기는 현명(玄冥)으로 여기서 명은 음을 뜻한다. 북방 신 현무는 북쪽에 았는 저승(=명계)과 현세를 오가며 저승에 있을 때는 신탁을 받아 현세로 가져간다.
그런 면에서 작품 속 겐부의 복수를 다짐하는 혈서와 도라오 집안에 전해진 겐부의 사망을 알리는 전보는 신화 속 현무의 그것을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무의 속성은 그대로 반전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