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기사: https://www.sankei.com/west/news/190118/wst1901180003-n1.html
필자는 기자 이시노 노부코.
2018년 8월, 대만 공영TV에서 진순신 원작 드라마 <분노의 보살>이 방영되었다. 총 4회로 특별 편성이다.
분노의 보살은 진순신이 1962년에 쓴 장편 미스터리로, 종전 직후 대만을 무대로 당시의 복잡한 정서가 바탕이 된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히는 본격 추리물이다.
주인공인 나는 일본으로 유학 갔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 아내와 함께 고향인 대만으로 돌아오고 타이베이 교외에 있는 아내의 친정을 방문한다. 때마침 일본인 장교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조사하던 군인은 주인공과 뜻이 맞아 보살산으로 간다. 그리고 중국에서 막 돌아온 아내의 오빠가 살해되는데 그에게는 전쟁 중 정치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
작품은 당시 대만, 중국, 일본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환경과 그걸 주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그려져 매우 흥미롭다. 진순신은 전쟁이 끝나고 부모님의 고향인 대만에 건너가 3년 정도 중학교 교사로 지냈다. 그러다 2.28사건을 접하면서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왔다. 작품에는 진순신의 체험이 드러나 있다.
이번 드라마의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새로운 각도에서 대만 역사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50년 전에 쓰인 작품을 현재로 끌고와 문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간사이 대학 교수 오하시 다케히코는 '복잡한 역사를 소설 속 도구처럼 쓰지 않고 각 등장인물 성격에 착실히 반영한 점이 진순신 추리소설의 큰 매력이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고리타분하지 않다' 고 말한다. 오하시는 2018년에 간사이 대학 일본 문학 특강에서 진순신을 언급하며 작가가 작품에 불어넣은 가치관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예를들면 <부서진 꿈의 언덕>은 고베, 산노미야의 작은 건물 소유주가 실종된 남편의 행방을 찾는 여성과 알게되면서 사건에 휘말린다. 미스터리 장편 소설인 <부서진 꿈의 언덕>은 전시 하의 상하이가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 오하시는 전시 하의 상하이와 일본 근대 문학의 관계에 대한 저서 <쇼와 문학의 상하이 체험>으로 26회 야마나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면서 진순신이 수집한 상하이 문화 상황과 관련된 정보에 놀랐다고 한다. 90년대 들어서야 겨우 연구가 진행된 분야를 훨씬 먼저 작품에 반영했던 것이다.
진순신 작품의 매력은 근대 일본과 중국 상황을 골고루 배분하고 대중적인 스토리로 살려내는데서 발휘되는 필력에 있다. 작가의 역량은 미스터리적 이야기에서 가장 크게 발휘되지만 추리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역사 그 자체이다.
그와 관련해 진순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소설을 쓰기 전부터 아시아의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양한 자료를 모았다. 바탕이 될 자료는 주제에 따라 범위가 좁혀진다. 데뷔작 <마른풀의 뿌리>는 중일전쟁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을 빚게 되는 사람들을 그림으로서 역사와 미스터리, 두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했다. 역사와 미스터리를 냉정하게 구분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순신의 소설은 기법적인 면에서 추리소설이지만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그는 아시아의 근.현대사야 말로 자신이 써야할 테마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미스터리 역시 시대와 함께 변화해 간다고 했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등장으로 크게 유행했는데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와 관련해 1972년에 쓴 글 ‘변화하는 추리소설’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추리소설은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선에서 얼마나 새롭게 쓸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등장인물의 필요성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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