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코즈모폴리턴 진순신]3 한시를 짓는 이국적인 탐정

디멘티토 2020. 1. 9. 14:41

원본기사: https://www.sankei.com/premium/news/190105/prm1901050010-n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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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시노 노부코

 

<마른풀의 뿌리>는 1961년 진순신이 처음으로 쓴 추리소설이다. 서른일곱살에 응모한 이 작품으로 진순신은 제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같은해 고단샤에서 단행본이 나왔다.
다국적 색채를 띄는 이야기는 중국계 미국인 마크 고가 아내인 이교옥과 함께 일본에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내가 고베시에 볼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싱가폴의 대부호 석유인(席有仁) 역시 고베에 온다. 그가 고베에 온 이유는 전쟁 중 상하이에서 자신을 구해준 중국인 은행가가 고베에서 작은 상사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하러 온 것이다. 동시에 모종의 계약을 제안하려던 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고베에 사는 화교 노인 서명의(徐銘義)가 살해당한다. 과거에 상하이의 은행에서 일한 적이 있는 서명의는 석유인과 만나게 되고 대부호의 돈에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그들을 둘러싼 과거가 밝혀지고,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고베 해변가의 오래된 빌딩에 위치한 중화요리점 주인 도전문(陶展文)으로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다. 하지만 그는 권법 달인에 한시에도 재주가 있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스터리한 인물 도전문의 소개는 이렇다.

도전문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화교에서는 드문 산시에서 태어났지만 관리였던 아버지가 부임한 푸젠성에서 자랐다. 젊은 시절 일본으로 유학와서 법률을 공부했고 몇 년 후 귀국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정치 운동에도 관련했지만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라고 억측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도전문은 석유인이 만나고자 한 전직 은행가와 같은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비밀을 밝히는데 한 축을 담당한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중국인이며 곳곳에서 묘사되는 화교의 일상 역시 무척 흥미롭다.

도전문은 살해당한 화교 노인과 장기를 두는 사이였고 지역을 두루 살피는 역할을 맡기도 했던지라 장례식에 쓰일 조문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여 아래와 같이 말을 고른다.

서명의는 곧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조문은 영정 사진 옆에 정중히 놓일테지만 장례식이 치뤄지는 이틀동안 기억할 이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하면 진부한 말이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릴 것이다. 빨리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도전문은 붓을 들었다.

산퇴목괴(山頽木壊)

풍참운서(風惨雲棲)

 

산이 무너지고 나무가 시든다, 바람이 불자 구름이 깃든다. 썩어 문드러지며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한자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화교 사람들은 한자 세상에서 살아간다. 그 부분이 이국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에도가와 란포는 '고베에 사는 중국인들의 대륙적 풍모와 중국인다운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탐정 역이 평범한 사람이면서 중국인다운 성격이 무척 재미있게 그려졌다' 고 평한 바 있다.

진순신은 도전문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듬 해에 속편인 장편 <삼색 집>에 또다시 등장시킨다. 전작에서 쉰 살이었던 도전문은 두번째 작품에서 28년을 훌쩍 뛰어 넘어 도쿄대를 졸업하고 귀국의 여정에 오르는 청년으로 나온다. 무대는 전쟁 전 고베. 삼색 집은 당시 3층으로 지은 전형적인 화교 상가 건물로, 1층은 창고, 2층은 사무실, 3층은 살림집으로 쓴다. 진순신의 본가 역시 같은 구조였다. 도전문이 지인의 본가인 삼색 집에 들른 순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건물 특유의 구조를 살린 트릭과 생산 가공품을 계약하는 모습 등이 무척 흥미롭다.

진순신은 도전문 시리즈를 창작 초기에 집중적으로 썼는데 이후에도 이따금씩 썼다. 그리하여 4편의 장편과 6편의 단편이 나왔다. 마지막 작품인 <왕직의 보물> *왕직(王直)은 명 가정제 때 해적 두목  에서는 일흔살로 나온다.

<마른풀의 뿌리>가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직후 진순신은 추리 소설에 온힘을 기울였다. 1963년 에는 <방호원>을 냈고 1966년 에는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불꽃에 그림을>, 1969년에는 후보에 세 번이나 올랐던 <청옥사자 향로>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1970년에는 <옥령이여 다시 한번>으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왕직 검색하다가 이런 알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왕직이 소금장수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방호원의 최조굉 역시 소금으로 부자가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왕직은 소금 장사에 실패해 해적이 된 것이지만 어쩌면 최조굉은 왕직에서 모티브를 가져온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따지면 삼색 집 역시 방호원과 무척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방호원 역시 건물 구조가 트릭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정해놓은 설정을 다른 작품에 쓰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진순신은 반복, 변화시켜 쓰는 타입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마침 잘 가는 블로그에 삼색 집에 대한 감상이 있었다. 진순신의 작품에는 자신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데 삼색 집 시작 부분에 도전문이 대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점에서 분노의 보살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데 마침 고베에 살던 친구 교세수에게서 편지를 받고 그 집을 방문하게 된다. 교세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부형이라고 하는 남자가 집에 찾아와서 불안을 조성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하여 친구 집을 찾아갔는데 타살로 추정되는 요리사의 시체를 발견하며 사건이 시작된다. 사건 현장은 탈출은 커녕 침입조차 불가능한 밀실 형태로 건물 구조를 이용한 트릭이라는 점에서 방호원과 매우 비슷하다. 시대만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