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가와조에 아이 <성자의 조각> 간행 기념 인터뷰

디멘티토 2020. 1. 22. 15:29

신초샤의 디지털 매거진 나미에 실렸다. 원문은 https://www.shincho-live.jp/ebook/nami/2019/11/201911_11.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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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에 이끌려 사라진 성자의 유체 수수께끼로.

 

*편의상 반말투

 

-날카로운 언어학자인 저자가 그린 12세기 이탈리아, 아시시의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 지적 즐거움으로 가득한 신세계 문학의 탄생이다.


예전부터 중세 유럽에 대해 써보고 싶기는 했다. 그러다가 5년 전 빈에서 성유물을 본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빈 시간을 틈타 호텔 근처 슈테판 대성당에 가서 성유물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마지막 전시실이 성자의 두개골과 팔 뼈, 뼈 조각 등으로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성유물에는 성스러운 기운이 깃들어서 병을 낫게 하는 등 기적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난 그 방의 낯선 풍경과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당치않게도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일 이후 성유물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문헌을 조사했다. 그래서 성유물이 교회의 권력을 생성하는데 쓰이거나 귀족의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물 중 하나여서 고액에 판매되었다는 것, 그로인해 성유물 브로커까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원불명의 성유물이 차례로 기적을 일으키고 주인공이 정체를 밝힌다는 이야기는 어떨까에 착안했다.

개인적으로 <신학대전>을 저술한 토마스 아퀴나스를 무척 좋아해서 그가 활약한 13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삼았다. 당시는 각 도시와 귀족은 로마 교황 지지파와 신성 로마 황제 파로 나뉘어 격렬하게 분쟁했던 터라 교황이 이단을 탄압하는 등 혼란한 시기였다. 성 프란치스코 역시 같은 시대 사람이라 조사해 봤더니 유명한 인물이었음에도 유체가 오랫동안 행방불명이 된 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프란치스코 라는 성자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엘리아 봄바르도네라고 하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엘리아는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을 설계한 인물로 프란치스코회 총장이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회에서 추방당하고 교황에게 파문까지 당했다. 만약 엘리아가 프란치스코 유체의 행방에 관련되었다면 재미있겠구나 멋대로 상상했는데 실제로 그런 설이 있다는걸 듣고는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을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성유물의 신원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읽고 쓰기가 가능해 각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인물이 좋겠다 싶어 젊은 수도사인 베네딕트가 조사하라는 부름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베네딕트는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인물로,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이 저주 받은 존재는 아닐까 고뇌한다. 베네딕트와 함게 조사 임무를 수행하는 마을 부사제 피에트로는 돈에 현혹되어 성유물을 팔려고 하는 약삭빠른 남자다. <성자의 조각> 서두에 인용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마태10,16)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주인공 둘을 이 비둘기와 뱀으로 설정했다.

 

베네딕트와 피에트로가 신원불명의 성유물을 조사하기 위해 아시시를 찾아가는 때는 프란치스코가 죽고 25년이 흐르고 나서인데, 상부 성당과 하부 성당으로 불리는 2층 구조의 프란체스코 대성당이 완공된 해이기도 하다(1230년) 당시 지하 납골당은 극히 일부 사람에게만 알려졌다는 설이 있어 동시대 다른 성당에 대한 문헌을 참고하며 나라면 성당 내 어디를 조사하려고 할 것인가 생각하며 썼다. 이 소설을 통해 성당 탐색도 즐겨주길 바란다.

 

나는 교회와 기독교가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은 기독교 세계관과 일본인으로서 세계관이 일치하지 않아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신앙에 관심은 있었지만 기독교는 신앙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된다는 인상이 있어 대체 신앙이란 뭘까 의문을 품고 있었다. 예를들어 성 프란치스코는 '여행을 떠나려거든 지팡이나 보퉁이, 빵, 돈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는 복음을 따라 무일푼으로 각 지역을 떠돌아 다니며 신앙을 탐구했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따라서 성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에게 있어 종교나 신앙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이 소설의 주제 중 하나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심이고 보편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학술서가 아닌 소설로 밖에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언어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 대해 이론화 할 수 없는 문제는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청빈과 결혼했다고 할만한 인물이지만 엘리아는 청빈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시를 사랑한 스가 아츠코  *수필가, 이탈리아 문학자  역시 산 프란체스코 성당을 타락의 상징이라고 했고 그런 타락으로 인해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지오토의 벽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불평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기독교에 한하지 않고 다른 종교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일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종파나 교파에는 교단을 조직화하고, 창시자의 가르침을 체계화 하여 확장시키는 이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회에서는 엘리아가 그런 역할을 했다. 엘리아는 프란치스코가 죽은 뒤 성인의 반열에 오르도록 교황청을 오가며 프란치스코의 성스러운 성품을 전하고 수도회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프란치스코의 가르침과 계율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고, 상부 성당이 완공될 무렵에는 이미 총장의 지위에서 물러나 파문 당한 상태에서 죽을 위기에 처해졌다. 엘리아가 당시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지, 베네딕트와 피에트로가 성유물의 조사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 이 책을 통해 읽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