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모리 고 <치아키 전뇌탐정사>
말미에 실린 해설 '명수의 알려지지 않은 주브나일'
필자는 아시베 다쿠.
*위키에 따르면 주브나일(juvenile)이란 틴에이저를 대상으로 한 수식어로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쓰였지만 21세기 들어와서는 쓰지않게 되었다. 영미에서는 영어덜트 픽션 또는 주브나일 노블(or 픽션)로 부르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주브나일로만 쓴다.
-요약 버전
기타모리 고의 저작 중 이색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치아키 전뇌탐정사>는 미스터리 달인이자 교묘한 기법으로 이름 높은 작가가 남긴 유일한 주브나일 연작 단편집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괴인 이십면상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탐정소설 작가가 소녀소년을 대상으로 작품을 썼지만 아쉽게도 어린이들의 관심은 만화로 쏠렸고 그에따라 활자 기반의 잡지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 와중에 이런 소설을 발표할 지면을 제공한 것이 학년지와 학습지였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삼학년>이라는 잡지에 실린 단편들로 1996년 4월호부터 97년 3월호에 걸쳐 <치아키 전뇌탐정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총 여섯편으로, 한 호에 완결된 에피소드도 있지만 2,3호에 걸쳐 끝난것도 있으며 다채로운 소재로 꾸며졌다. 제목의 '전뇌'라는 표현은 탐정 역인 다카사카 치아키가 버추얼 시스템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왓슨 역인 동급생 이자와 고스케가 가담하여 콤비를 이루고 있다.
어른 독자에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추리나 해결이 어린이들에게는 지루하거나 와닿지 않을수 있다. 반대로 어른의 굳은 머리로는 아무리 해도 이해되지 않는 해답에 어린이는 크게 기뻐할 수도 있다. 기타모리 고는 만화 원작의 작품을 쓴 적도 있을 정도로 그 방면에는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이 시리즈는 기타모리 고에게도, 그리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작가에게는 좀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치아키 콤비가 활약을 하던 1996년은 기타모리 고가 데뷔한지 1년이 지난 무렵으로 작가로서 힘든 시기였다. 수상이후 의욕 넘치게 후속작 집필에 들어간 작가는 동시에 이 시리즈도 쓴 셈이 된다. 그런데 거기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퇴고까지 한 상태에서 후속작 출간이 백지화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글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업 작가에게 생활고가 닥쳤다. 그때 유일한 수입원이 치아키 전뇌탐정사였다. 이에 대해서는 에세이+단편소설인 <판도라의 비밀상자>에 언급이 되어 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 편집장이었던 모토하시 미치아키는 <치아키 전뇌탐정사>가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편집부 직원이 기타모리 씨를 추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편집회의에서 검토했고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편집장으로서 기본방침은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해서 직원에게 바로 진행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1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간행되기에 어떤 작품을 어떤 컨셉으로 진행할 것인지 세밀하게 짜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얼마나 재미있게 쓸 수 있을지는 기타모리 씨 스스로도 충분히 생각해 봤겠지만 학년지는 작가의 명성에 힘입어 팔리는게 아니다.”
그렇게해서 연재가 결정되었고 작가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되었다.
<판도라의 비밀상자> 에세이 ‘연금술사 1996’
작가로 먹고 사는게 가능한가?
대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요컨대 쓴 원고가 팔리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직업에 공통되는 원칙이다. 따라서 작가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작가의 수입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가지는 잡지 연재로 얻는 원고료이고 나머지 하나는 작품으로 얻는 인세다.
원고료는 사백자 원고용지 한 장당 얼마 하는 식으로 매겨진다. 당연한 소리지만 출판사에 따라 원고료가 달라진다. 한장에 xx엔인 모출판사부터 **엔인 모출판사까지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가장 비싸게 쳐주는 모출판사에 연줄이 닿을 수 있는지는 팔리는 작가에게나 통용되는 말로, 팔리지 않는 작가는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게다가 인세는 책 금액의 십몇프로 +판매부수로 매겨진다. 반년에 걸쳐 작품을 써도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몇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인세가 들어오는 것은 그로부터 또 몇개월 뒤이다. 마음을 비우고 오래 기다린 후에야 겨우 생활비가 들어온다. 그게 데뷔하고 나서 1년 후 기타모리 고의 처지였다. <치아키 전뇌탐정사>는 그 때 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 글을 쓸 때부터 알고 지내던 소학관의 편집자가 학년지 <초등학교 3학년>에 추천해 줬던 것이다. 한 회에 10장, 원고료는 1장당 1만엔. 그렇게 신인작가 기타모리 고의 고정수입은 한달 10만엔이 되었다. 거기에 1년에 2회 연재하는 슈에이샤의 <소설 스바루>가 있었다. 나중에 <메인 디쉬>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지만 내 수입은 눈물이 나올만큼 보잘것 없었기에 어디가서 작가라고 말할수도 없었다. 돈을 받아 집세, 전기세와 수도세, 전화비를 내고 나면 남은건 1만엔 남짓.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주민세같은 건 낼 수도 없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하하하(눈물)
그러고 보니 그 다음해 2월 연말정산 때문에 세무소에 갔을 때 직원이
"진짜 이것 밖에 안됩니까?"
라는 말을 4번이나 했던게 떠오른다. 가와사키 남부 세무서 직원인 당신, 5백 10만엔에도 못미치는 내 소득 신고에 4번이나 안타까움을 표하며 옆자리 직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었지.
“기타모리 고라는 작가 알아?”
“아니, 모르는데”
“그래? 뭐 할 수 없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할 때는 당사자 모르게 이야기 하도록 합시다. 다 들리니까 말이죠. 고액 납세자가 되면 반드시 가나카와 현에서 이사하고 말테다, 이사하겠어, 이사하고 말고. 하, 쓰면서 진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이쯤되면 작가가 되면 금방 잘 나갈 수 있을거라는 망상이 얼마나 위험하며 비현실적인지 잘 알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 남은 돈으로 쌀과 담배 4갑, 소주를 사고나니 내 수중엔 몇 천엔밖에 남지 않았다. 그게 한달 생활비 전부였다. 그때부터 내 연금술사로서 전설이 시작된다.
그때 나는 주말이면 친구 너댓명을 집으로 불러 술판을 벌였다. 어째서 그런 호사가 가능했는가? 나는 대학시절부터 큰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덕분에 요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돈 2천엔으로 10명분의 고급 나베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소주를 우롱차에 희석시켜 따끈하게 데워 마시게 하고 친구들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때 쯤, 자 그럼 계산해 볼까. 1인당 천오백엔이야. 라고 하면 다들 군말없이 돈을 냈다. 그렇게 일주일치 식비를 벌었던 것이다. 이런게 바로 연금술이지, 달리 뭐라고 하겠는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에게 선배로서 한가지 충고를 하고 싶다. 먼저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할 것. 아니면 큰 부자와 결혼하는걸 목표로 하던가. 작가가 된 후에도 몇년 동안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전업 작가로 생활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사표를 내도록 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진짜 그런 사람들이 있다. “회사 그만두고 작가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라며 연하장에 써서 보내는 사람이(웃음) 게다가 ‘어디 출판사 좀 소개시켜 주시겠습니까” 라고 써보내는 형편없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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