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단상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디멘티토 2023. 1. 29. 11:07

루엘 관련 포스팅에서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슬그머니 뺐고 원래 올리려던 사진은 이거였다.
어릴 때 아버지가 무턱대고 구입한 전집에는 명화집도 있었는데 서양화 전집은 내가 가지고 있지만 한국화 전집은 모종의 이유로 사무실에 있다. 그것도 상당히 좋은데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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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아끼는, 이사다닐 때마다 꼭 챙겼던 책은 세계의 명화. 애장품 목록 중 첫 번째 보물. 크기는 영화 포스터보다 조금 더 크고 전체 무게는 케이스까지 해서 11킬로그램 쯤?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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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소질도 있어서 미대를 지망했는데 좌절되었다. 그와 관련해서는 구질구질한 한풀이가 될 것 같아 생략하고, 뭉크를 제대로 알게 된 건 한길사에서 나온 마티아스 아르놀트의 전기를 통해서였는데 그때까지 절규로 대표되는 그의 그림에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읽어서 그런지(아버지가 사들인 전집을 읽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전기 및 자서전 류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각별한 책이 몇 권 있다. 뭉크는 그 중 하나로, 뭉크에 대한 책만 대여섯 권 구입할 정도였다. 지금은 다 처분하고 이 두 권만 남았다.
어떤 인물의 생애에 깊이 동화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신의 삶과 겹쳐보이기 때문일텐데 그런 면에서 뭉크의 삶은 당시 내게 가슴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 중에 어려서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담긴 <병든 아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죽음과 연이 깊었던 나는 죽음을 앞두고 모든걸 체념한 듯한 아이의 표정과 그 옆에서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몸짓에 깊이 감화되었다. 나역시 오랜기간 병마와 싸웠고 생사를 넘나드는 병고를 치르는 가족을 옆에서 간호하며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뭉크의 전기를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젖어드는 걸 막을 수 없다.
몇 년 전 도쿄에서 뭉크 전시회가 개최되어 보러 갔는데 그때도 병든 아이를 앞에 두고 눈물이 났다. 그래서 나는 뭉크의 그림을 오래 쳐다보지 못한다.
비슷한 이유로 어린아이가 고난을 겪는 이야기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에반게리온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아직 열네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당당하게 전쟁터로 내모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행태에 분노가 극에 달해 몰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에바와 관련된 그 어떤 밈도 웃어 넘길 수 없다.

 

 

 



가버나움에서 보여준 자인의 고달픈 삶이 유독 기억에 남은 것은 그래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 보니 자인 알라피아는 노르웨이로 이주해 학교도 다니고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도 출연 한 걸 보니 배우 활동도 계속 이어갈 모양이다. 영화에서 작고 여린 그 꼬마가 올해 열여덟 살이 되었다니 세월 참 빠르구나 싶다.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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