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휴대폰에 담긴 음악은 조르주 치프라, 사이코패스 드라마시디, 미야노 마모루의 외딴섬 악마 낭독, 46번째 밀실 드라마시디 그리고 팝송과 제이팝, 중국노래가 섞인 노래모음이 있다. 딱 하나 있는 노래 앨범은 제목도 넣고 재생 순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죽 들어보고 비슷한 분위기, 같은 국가끼리 맞춘다)
치프라 앨범을 빼놓고는 주기적으로 내용을 바꾸는 편인데 최근에 노래 앨범에 변화를 줬고 몇 곡을 뺀 후 새로운 곡을 넣어 순서를 바꿨다. 그 중 하나가 루엘의 노래다.
https://youtu.be/UsJHGTt4sDs
유튜브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루엘의 다른 곡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곡은 어쩐지 서글픔이 묻어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뒤로 계속 귀에 맴돌아 결국 음원사이트에서 구입해 앨범에 집어 넣었다.
그럴 때가 있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폭풍처럼 온몸을 휘어감으며 꼼짝 못하게 만들 때, 그렇게 좋은 줄 모르겠는데 내내 머리 속에서 맴돌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을 때.
갑작스레 불어닥친 폭풍처럼 온몸을 휘감은 것은 치프라였다. 그에 비해 루엘의 곡은 잔잔하게 스미는 쪽이다.
뭐만 샀다하면 무조건 전집, 세트로 일관한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 집안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클래식 밖에 없었다. 그것도 산 건 아버지면서 정작 듣는이는 나 밖에 없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서 나라도 저 비싸고 멋진 케이스에 담긴 음악들을 들어줘야겠다는 결심이 한몫했다. 이 좋은걸 사놓고 왜 안 듣는거지?
팝송은 중학교 때 위 혈육 덕분에 친숙했다. 당시 음반 모으는게 취미였던 그는 락 음악에 빠져있었는데 흔히 들을 수 있는 메탈 밴드는 별로 없었고 아는 사람만 아는, 마니아 취향의 (내가 보기에)이상한 음반이 가득했다. 걔중에는 올드 팝송도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좋아하게 된게 스모키였다. 덕분에 이웃집 앨리스는 아직도 좋아하는 노래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쩐지 가요와는 친해지지 않았다. 그나마 대학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듣기 시작했는데 좋아하는 노래는 있지만 기기에 넣어다니면서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다.
어릴 때 환경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론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몇몇 부분에서는 부정할 수 없다. 자연스레 모르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에 끌리고 그렇게 만난 노래의 가사 의미를 찾아보고 음미하는게 좋다. 가요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어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수고를 거치지 않는만큼 좋아하는 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난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수없이 반복해 듣는 편인데 가요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새롭게 편집한 나만의 앨범을 듣는 재미에 빠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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