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루이스 웨인이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 어머니와 다섯 여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스무살 때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던 배를 타고 가다 생긴 사건을 보여줄 때 간간이 설명하는 식이다. 전기 영화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루지 않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영화에서 주어진 정보 만으로도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키에 나온 내용을 조금 덧붙이자면,
그의 아버지는 직물상이었다. 영화에서 루이스 웨인이 (나중에 아내가 될) 가정교사 에밀리의 파란 숄을 눈여겨 보고 멋지다고 칭찬하는 장면이 있는데 직물상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옷감에 대한 안목을 길렀기 때문일 것이다. 에밀리는 죽기 전 날 숄 조각을 루이스의 일기장에 끼워두는데 마지막 루이스가 그걸 발견하고 둘 만의 장소로 가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루이스의 어머니는 프랑스 태생인데 루이스(Louis)를 루이라 부른 건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암만 들어도 루이스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입술갈림증이었던 루이를 두고 의사는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고 권고했고 그 말에 따라 부모는 루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는 웨인의 생애를 압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는데 웨인도 예외는 아니다. 대상의 특징을 포착해서 순식간에 그리는 그의 솜씨는 타고나지 않으면 발휘되지 않는 것에 속한다. 물론 여기에는 쉼없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겠지만 어쨌거나 그의 재능은 보기 드문 것임에는 확실하다.
집안의 유일한 아들로, 그리고 장남으로서 그는 평생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는데, 입술갈림증의 신체적 장애와 아마도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였을 웨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해지면서 돈도 많이 벌었지만 안타깝게도 관리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던 웨인이 겪어야 했을 좌절과 고통은 상상 외로 컸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말년의 조현병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밀리를 만난 덕분에 그의 인생은 한층 더 빛날 수 있기도 했다. 루이스보다 열 살이나 많고 신분도 낮은 가정교사 에밀리와 결혼으로 주위에서 외면받는 과정은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기도 하는데 루이스가 둘째였으면 좀 더 자유로웠을까. 알 수 없다.
웨인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건 <고양이 악몽>
'드라마와 영화,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나라의 가가리 (6) | 2023.02.05 |
---|---|
가재가 노래하는 곳 (0) | 2022.11.10 |
[영화] 미결처리반 Q 시리즈 (0) | 2022.04.05 |
[일드] 탐정의 탐정 (0) | 2022.04.05 |
[일드] 돌의 고치, 수정의 고동 (0) | 2022.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