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칼럼] 탐정 소설과 통속 장편 -가사이 기요시

디멘티토 2022. 4. 5. 11:45

원문은 여기에

 

SF애독자였 미시마 유키오는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 두고 구상과 문체가 최고수준인 작품이라고 격찬했다또한 미시마 역시 SF 분류될  있는 장편소설 <아름다운 > 썼다세계대전 중에 소설 장르로 형성된 것은 비단 SF뿐만은 아니다. 탐정 소설 역시 일차대전  영미에서 장르로 확립되었다그러나 미시마는 SF 다르게 '추리 소설 비판에서 추리 소설은 트릭키라 싫다고 말한  있다.  

고전 명작이라   있는 포의 단편을 제외하고 추리 소설은 문학이 아니다물론 세간에서는 문학이라 보는 흐름도 다소 있다라는게  글의 요지다

'추리 소설 비판'은 1960 7 27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한 글로순문학 변질론을 주창했던 평론가 히라야마 겐을 비롯해 비평가들이 마쓰모토 세이초를 높게 평가한 것에 대한 반론일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에는 소설 외에 희곡이 적지 않은데 <근대 노악집>, <사드 공작부인>, <로쿠메이관>, <우리 친구 히틀러 걸작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검은 도마뱀>이다그외에 오스카 와일드가브리엘레 단눈치오 같은 외국 작가 번안물이 있으며 일본 근대 소설 희곡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에도가와 란포의 <검은 도마뱀 편에 불과하다.

 

란포의 장편 소설 <검은 도마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작년(2015여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란포 기담>에는 검은 도마뱀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했고 12월에는 마야 미키 주연의 드라마 <검은 도마뱀> 방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탐정 소설을 싫어 미시마 유키오는 어째서 탐정 소설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의 탐정 소설 <검은 도마뱀>을 희곡화 했을까.

생각해 보면 미시마의 탐정 소설 혐오에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

 

미시마에 따르면 소설은 형사소송법을 견본으로 삼아야 한다

판결이 나기까지 피고는 범인이 아니라 용의자에 불과하다철저하게 파헤쳐 정리한 다음 꼼짝못할 증거를 찾아 범인을 밝힌다소설의 경우 증거를 주제로 치환하면 나머지는 별다른 점이 없다.’ 

 에세이의 제목은 '논리로 비난하다' 이지만 탐정 소설이야말로 논리적인 구성을 절대적 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쯤에서 탐정 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가 <구성 원리작가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포가 시를 지을  첫번째로 염두에 두었던 점이 설계와 구축이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결말부터 써내려가는 특이한 형식을 만들어낼  있었던 것이다.

 

미시마는 등장인물의 혐의를 파헤치고 정리해 나열한 다음 꼼짝못할 증거를 찾아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규명한 소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진의는 어디에 있을까.

 

추리 소설 비판’  탐정 소설 독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엘러리 퀸의 <Y 비극> 다루고 있다

미시마가 해터 집안에 대한 과장된 고딕적 묘사나 드루리 레인의 으스대는 성격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 부분은 취향의 문제로   있다하지만 이 글에서 비판의 핵심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부여받았다고 해도 탐정 외에 다른 등장인물은 범인을 은폐하기 위해 배치된 나무인형에 불과하다"고  점이다. 이는 미시마가 말하는 <Y 비극비판 나아가 탐정 소설 비판이기도 하다.

 

소설을 철저하게 구축한다는 것은 결국 인물이 구축물의 부품으로 쓰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시마는 연체 동물같은 일본 소설을 싫어하다 보니 반대로 엄격주의를 고집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철저하게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탐정 소설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

 

구축이 불가능한, 연체 동물같은 일본 소설이 지배적이었던 전쟁 전, 서구와 같은 탐정 소설을 추구한 에도가와 란포는 악전고투를 해야했다

란포에 따르면, 이차세계대전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 사건> 나오기까지 일본에는 성공한 탐정 소설이 존재하지 않았다데뷔작 ‘이 전짜리 동전’ 과 같은 논리적 수수께끼 풀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탐정 소설 창작에 대한 행보는 1929년 <거미 남자> 성공을 계기로 엽기성이 만연한 통속 소설로 방향을 전환한다

아케치 고고로는 <D언덕의 살인 사건> 때만 해도 발터 벤야민이 그린 보들레르처럼 도시를 떠도는 유랑민이었지만, 통속 장편 시대가 되자 권총을 소지한 모험 활극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미시마 유키오는 논리적인 란포의 초창기 탐정 소설이 아니라 쇼와 초기 ‘에로 그로 넌센스(*에로그로테스크넌센스를 조합한말로 쇼와 시대 초기 퇴폐주의 풍조를 의미) 세태와 공명하며  인기를 모은 통속 소설을 좋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속 장편 소설의 대표작 <검은 도마뱀> 희곡화 함은 미시마에게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