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른 사이트에 올린 내용에 조금 덧붙여서
ON 이상 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ON 異常犯罪捜査官・藤堂比奈子)는 2016년에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원작은 나이토 료의 <엽기범죄수사반 토도 히나코(猟奇犯罪捜査班・藤堂比奈子)>시리즈이다. 나이토 료는 이 도도 히나코로 호러소설대상 독자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현재 10편까지 나온 상태이며 최신판인 <BURN 上 猟奇犯罪捜査官・藤堂比奈子>는 2019년 1월에 출간되었다. 제목대로 엽기 범죄를 근간으로 삼고 있기에 사건 강도가 센 편이지만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수위를 낮추고 대신 각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했다. 소설은 사건의 수위에 중점을 두고 전개를 펼쳐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개인보다 팀플레이 위주의 수사를 펼치지만 드라마는 그 반대이다. 기본 뼈대만 가져오고 나머지 설정은 전면적으로 바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모두 9회의 에피 중에서 오리지널 에피가 두 편이나 된다. 1편 ON은 4권 단편을 짜깁기 한 것으로 드라마에서는 이 중 두 편을 가져와 이야기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각기 다른 편에서 가져왔다.
드라마화 되면서 엽기 범죄는 이상 범죄로 명칭이 바뀌었고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마다 서사를 부여해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비교적 큰 변화없이 이어진 인물은 심신 의학자 나카지마 다모쓰 정도.
도도 히나코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가 이혼하며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경찰이 되던 해 엄마마저 잃는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했던 그녀는 살인 수사를 맡고 범죄자를 대하며 자신이 같은 부류가 아닐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런 성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 엄마가 남겨준 시치미. 그녀는 타인과 함께 할 때면 자기만의 스위치를 켜고 모든 음식에 시치미를 뿌리며 본래의 자신을 지우고 위장한다.
히나코는 어렸을 때부터 기계 분해를 좋아했는데, 기계를 선택한 이유는 살아있는 존재는 뒤처리가 귀찮아서였다. 그런 그녀가 사회에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위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드 덱스터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히나코는 덱스터만큼 적극적이지 않으며 심신의학자인 나카지마를 미롯한 범죄자들에게 본 모습을 들키고 만다.
이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무의식과 본능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공간에 심혈을 기울인 점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카페 인테리어나 나카지마가 수감된 방은 색채와 소품을 통해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주요 인물들에게 부여된 서사는 그들의 행동 방침을 결정하며 똑같은 사건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인물들은 자신의 논리대로 수사를 펼쳐나가며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 대립하기도 한다.
개인적 활약을 줄이고 팀 플레이 중심이었던 WOW의 <수정의 고동>과는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이는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후지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WOW에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기에.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렇다 해도 도도 히나코 역시 협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서서히 타인과 어울리는 방식을 터득해 나간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늘 히나코를 염려하고 돌봐주는 아쓰다 이와오 반장과 프로파일링을 위해 만나게 된 임상심리학자 나카지마 다모쓰 덕분일 것이다. 또한 처음엔 의심하고 기피했지만 결국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는 쇼지 야스히사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작진의 적극적인 각색 덕분에 드라마는 이야깃 거리가 풍성하고 궁금증을 낳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마무리는 일드 특유의 교훈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만하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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