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은 여기로 https://ddnavi.com/interview/847427/a/
-필요에 따라 빠진 부분이 있으며 오역주의. 늘 그렇듯 반말투.
마지막 한 구절까지 방심할 수 없다. 공포스런 반전이 작렬하는 호러 미스터리 <이름처럼 바치는 것>
취재 글: 아사미야 운가, 사진: 오야이즈 에리
고단샤 기획 하에 반전을 주제로 내놓는 인기 작가 여덟 명(이가라시 리쓰코, 미쓰다 신조, 시오타니 겐, 니타도리 게이, 슈키 리쓰, 마야 유타카, 히가시가와 도쿠야, 마시타 미코토)의 신작 중 두번 째는 미쓰다 신조의 <이름처럼 바치는 것> 기묘한 풍습이 내려오는 산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도전하는 방랑탐정 도노 겐야. 2년만에 나온 시리즈 신간에 대해 미쓰다 신조에게 물었다.
-도조 겐야 시리즈 대망의 신작 장편 <이름처럼 바치는 것>이 간행되었다. 쇼와 30년(1955년) 경 '이나(忌名)' 라는 의례가 전해 내려오는 산마을 무시쿠비리(虫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호러 미스터리다. 구상할 때부터 괴이한 의례를 출발점으로 잡은건가?
미쓰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테지만 실은 아니다. 처음 구상한 것은 민속학 관련의 문헌을 읽고 떠오른 범인의 동기였다. 그걸 어떻게 소설로 살릴까 생각하면서 집필하다 보니 배경과 등장인물이 정해졌다. 내 작품은 늘 이런 식이다. 예를들어 시리즈 중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에서 역시 범인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거기에서 마귀신앙을 모시는 마을이 태어났다. 예전에 스토리 라이브에서 기획한 성우와 협업을 위해 쓴 <이름에 얽힌 이야기>에서 이미 이 의례를 다룬 적 있는데, 집필하면서 재활용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마가미 이치코라는 여성의 눈을 통해 이름의 의례 모습이 그려진다. 비밀의 이름이 쓰여진 부적을 버리기 위해 이치코는 혼자서 다키쓰보로 향하지만 뒤에서 누군가 부른다. 이야기 초반부터 긴장감 넘치는 전개다.
미쓰다: 사전에 플롯을 짜지 않고 컴퓨터로 써가며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게 내 작업 방식이다. 이 장면도 이치코가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쓰기 시작했다. 본격 미스터리 작가라면 사전에 플롯을 짤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런 정직한 방법이 안 맞는다. 그런 점이 작품의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것 같다.
-마을의 신앙이나 풍습이 세밀하게 그려졌고 색다른 요소가 있다. 무시쿠비리 마을의 모델이 된 구체적인 장소가 있나.
미쓰다: 모델은 일체 없다. 내 작품은 사람이 곧잘 죽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나 의례는 쓸 수 없다(웃음) 혹 썼다 해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설정을 바꾸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가공의 무대를 만든다. 민속학적인 부분이 적절하게 들어간 것은 평소에 참고문헌을 읽기 때문이다. 내재된 자료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플롯을 짜지 않고도 쓸 수 있는거라 본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집필하는 건 어찌되었건 불가능하다.
-이치코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회사원 하쓰조 후쿠타가 완고한 어머니의 설득에 못이겨 학창시절 후배인 도조 겐야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소설가이자 괴이한 이야기 수집가이기도 한 도조 겐야는 특이하게도 결혼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미쓰다: 이 시리즈는 민속 탐방을 위해 각지를 여행하는 도조 겐야가 어쩌다 사건에 휘말린다는 정해진 패턴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친구 입장에서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그가 어째서 그런 역할을 자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도조 겐야의 역할' 장을 읽어주기 바란다. 결혼과 연애를 다루는건 내 작품에서 꽤 이색적인데 고단샤 담당 편집자는 애달픈 미스터리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나로서는 그렇게 의식한 적이 전혀 없고 변함없이 참혹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웃음)
-의례가 한창일 때 이치코의 가족이 눈을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후쿠타와 함께 무시쿠비리 마을에 들어선 도조 겐야는 두 일가가 모여사는 산마을의 뒤얽힌 인간관계를 눈앞에서 목도한다. 시대적 배경이 전쟁이 막 끝난 후이기도 해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미쓰다: 말한대로 이 시리즈는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의 세계관을 염두에 두었다. 나는 2001년에 <호러작가가 사는 집> 이라는 장편으로 고단샤 노벨라이즈에서 데뷔했는데 팔리지 않았다(웃음) 무명의 신인이 마니악한 취향의 메타 호러를 미스터리 계열로 냈으니 팔릴 리가 있나.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진지하게 전업 작가가 되자고 마음먹고 쓰고 싶은 것, 쓸 수 있는 것 그리고 독자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게 뭘까 생각했다. 그 결과가 폐쇄적인 마을이나 옛가옥을 다룬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의 세계관에 민속학을 결부한 형식이었다.
-하지만 도조 겐야 시리즈에는 호러 일색인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에 없는 큰 특징이 있다. 의례가 한창일 때 뒷편에서 들리는 괴이한 소리나 마을에서 목격된 ‘뿔눈’ 이라는 괴물 등 공포를 그린 작품으로서도 훌륭하다.
미쓰다: 그런 점 또한 도조 겐야 시리즈의 형식과 관련된 부분인데, 앞선 미스터리 작가 중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미스터리와 호러 결합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물론 예전에도 그런 작품이 나오기는 했지만 시리즈화 한 작가는 없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이 으스스한 분위기라고는 해도 호러적인 부분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도조 겐야 시리즈는 호러 요소를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으로 그려 독자가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런 후 미스터리로 넘어가는 것이다.
-도조 겐야는 현경의 경부에게 협력을 구하고 살인사건 조사에 나선다. 요괴나 괴이한 이야기를 매우 좋아해 정처없이 떠도는 도조 겐야 캐릭터 또한 작품의 매력이다.
미쓰다: 미스터리에 나오는 명탐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비범한척 하며 거들먹거린다. 특히 왓슨 역의 캐릭터에게 떠받들여지는 일이 많다. 나는 그게 싫었다. 만약 탐정물을 쓴다면 다가가기 쉬운 평범한 탐정을 내세우고 싶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만든 명탐정에 애착이 있어 대단한 인물로 내보이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캐릭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사건이나 괴이함 그 자체이며 도조 겐야는 화자에 불과하다. 다만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에 친숙한 점은 있다.
-옛가옥에 얽힌 인간 관계, 차례로 떠오르는 수수께끼. 마을을 덮친 괴이의 그림자. 만만치 않은 살인사건의 진상에 도조 겐야는 몇가지 가설을 세우고 스스로 무너뜨리며 접근한다. 하나의 사건에 몇가지나 되는 해석을 보이는 수수께끼 풀이 장면이야 말로 도조 겐야 시리즈의 묘미다.
미쓰다: 부조리한 호러와 합리적인 미스터리의 결합을 짜낸 경우 돌고 도는 추리 방식은 필연이라고 본다. <염매처럼 신들리는것>을 쓸 때 느낀 점은, 아무리 호러 세계관이 확고하게 구축되어 있어도 탐정 역의 추리가 시작되면 결국 호러는 미스터리에 질거라는 염려였다. 그걸 원활하게 풀기 위해서는 다중 추리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도조 겐야는 이런저런 가능성을 검증해 생각지도 못한 범인을 지목하는데 그러한 사건의 의외성에 감탄했다. 게다가 후반부에 또 한가지 충격적인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반전 미스터리다운 훌륭한 전개다.
미쓰다: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다. 내게 있어 반전의 정의는 두가지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하얗다고 착각하게 만든게 실은 검정이었다는 공정함을 뒤집어 놀라게 하는 것. 나머지는 독자가 진상이라고 백퍼센트 믿은 해결편의 결말에서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아 공정함을 유지함으로서 놀라게 하는 것. 이 두가지를 만족하는게 참된 반전이다. 미스터리에서 의외의 결말은 당연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얼마나 더 뒤집을 수 있는지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뜻밖의 진상이 밝혀졌는데 다시 뒤집는건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장편의 아이디어를 두가지 생각해야 하니까. 하지만 거기서 타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름처럼 바치는 것>은 미쓰다 씨가 말한 반전의 정의를 훌륭하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한구절까지 놀라웠다.
미쓰다: 그런 결말로 맺음으로서 이야기의 세계관이 깔끔하게 닫힌 기분이 들었다. 잘 짜냈다고(웃음) 내 작품을 읽는 분은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만만치 않다는걸 기대할 것이다. 도조 겐야 시리즈 팬은 특히 더 그럴 것이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건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찬 일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바치는 것>은 그런 기대에 걸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꼭 읽어주기 바란다.
-그럼 미쓰다 신조 씨가 반전 작품을 몇가지 추천해 주는건 어떤가.
미쓰다: 단순히 몇가지 꼽는 정도는 예가 아니므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충격을 받은 영화를 소개한다.
초등학교 때에는 서부극 <텍사스의 다섯 동료(A Big Hand for the Little Lady)>
어떤 마을에서 일 년에 한 번 포커 게임이 개최되어 참가자는 큰 돈을 거는데 여행하던 부부와 아이가 말려들어 전재산을 날린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남편 대신 포커 게임 규칙도 모르는 아내가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결말에서 깜짝 놀랐다.
중학교 때는 <명탐정 등장(Murder by Death)>
세계적인 다섯 명의 명탐정과 조수가 괴이한 저택에 모인다는 이야기로, 이 영화 역시 결말이 실로 굉장하다. 단 아까 말한 반전의 정의 측면에서는 둘 다 벗어나 있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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