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47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할 인문 교양 서적조차 감성적으로, 정확히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나는 성격이 그모양이라 철학과 친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판 해설 초반에 ‘알튀세르 개인의 사생활과 당대 프랑스 지성사의 내밀한(사실은 얼마간 외설적인) 풍경을 엿보는데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 이라고 한 부분에서 몹시 찔렸다. 왜냐하면 알튀세르의 사생활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여다 봤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같은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자서전이면서 자서전이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의문투성이의 이 책이 그토록 오래 마음에 남은 까닭은 알튀세르의 개인사가 담겨서다. 특히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부분이. 파졸리니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그의 죽음때문이었다. 충격..

파리의 투안 두옹-김상수

책장을 정리하다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는 이런 형식의 사진집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신기했고 투안 두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는지 인기에 힘입어 개정판도 나오고 전시회도 열렸는데 난 책만 봤다. 그것도 도서관에서. 십대이던 투안 두옹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의사가 되어 있었고 십대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어떤 부분은 그대로였다. 전국에서 6백여 명이 입학하지만 졸업할 때면 2백여 명만 남는다는 어려운 과정을 뚫고 무사히 의사가 된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현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찾아 봤더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유튜브에 인터뷰 영상도 있어서 잠깐 봤는데 반가웠다. https://youtu.be/CVcPEMwvv4U 3년 ..

사서정-마루야마 가오루

고대 어떤 나라를 배경으로 한 중화풍 판타지 만화로, 서고인 장서루(蔵書樓)의 비밀을 둘러싼 궁정 암투극으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몇몇 설정이 이채롭다. 사서정은 장서루에 있는 모든 책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 일종의 인공지능과 같은 존재로, 본래는 인간이었으나 사서정의 사명을 부여받은 순간부터 본래의 자아가 사라지고 신체기능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오직 사서로서만 기능한다. 이 사서정을 돌볼 시녀로 기비가 들어오면서 하나씩 변화한다는 줄거리인가 본데, 첫 권이기 때문에 사서정을 제외한 다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고 세계관을 비롯해 몇몇 인물에 대해서만 소개가 되었다.. 시대극 판타지라는 점과 서사 구조를 비롯한 몇몇 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인지 잠깐 아마츠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장서루를 비롯한 사서정의 비밀은 ..

올해의 베스트 2022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베스트 중 트위터에서 못다한 말을 간략하게 덧붙인다. https://twitter.com/dimentito/status/1608666792230277125?s=20&t=-R7wYwPCpIfBQDi4kLYVag -국외소설 트레버 모리스 변발의 셜록 홈스는 출간되기 전부터 소식을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읽어보니 예상을 뛰어넘는 수작이었다. 말미에 실린 저자의 인사에 따르면, 이 소설은 홍콩사람인 저자가 셜록 홈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인 동시에 셜로키언인 저자가 홍콩에 보내는 연애편지다. 그렇게 런던 베이커 거리의 셜록 홈스는 홍콩으로 건너와 푸얼이 되어 활약한다. 각 편의 제목과 내용은 원전을 충실히 따르면서 청나라 말기 홍콩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미스터리이면서 역사 소설인 셈이..

아야쓰지 유키토에 대한 추억

마스토돈에 올렸던 내용을 정리해 옮겨놓는다. 한창 트위터 위기설이 돌 때 대체제로 마스토돈에 계정을 만들었고 글도 몇 꼭지 썼는데 영 적응이 되지 않아 어찌할까 생각중이다. 그래서 몇몇 글은 여기에 정리해 남겨두고자 한다. ------------------------------------------------ 예전에 지인분이 아야쓰지 유키토의 작품이라면 논문을 쓸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난 접하기 전부터 오노 후유미 때문에 비호감이었다. (왜 비호감인지는 예전에 작성한 트위터 타래를 옮겨와 정리) 오노 후유미의 대표작은 십이국기지만 난 그 전에 고스트 헌트로 알게되었다. 고스트 헌트는 처음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이후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며 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