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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할 인문 교양 서적조차 감성적으로, 정확히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나는 성격이 그모양이라 철학과 친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판 해설 초반에 ‘알튀세르 개인의 사생활과 당대 프랑스 지성사의 내밀한(사실은 얼마간 외설적인) 풍경을 엿보는데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 이라고 한 부분에서 몹시 찔렸다. 왜냐하면 알튀세르의 사생활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여다 봤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같은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자서전이면서 자서전이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의문투성이의 이 책이 그토록 오래 마음에 남은 까닭은 알튀세르의 개인사가 담겨서다. 특히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부분이. 파졸리니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그의 죽음때문이었다. 충격..

파리의 투안 두옹-김상수

책장을 정리하다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는 이런 형식의 사진집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신기했고 투안 두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는지 인기에 힘입어 개정판도 나오고 전시회도 열렸는데 난 책만 봤다. 그것도 도서관에서. 십대이던 투안 두옹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의사가 되어 있었고 십대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어떤 부분은 그대로였다. 전국에서 6백여 명이 입학하지만 졸업할 때면 2백여 명만 남는다는 어려운 과정을 뚫고 무사히 의사가 된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현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찾아 봤더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유튜브에 인터뷰 영상도 있어서 잠깐 봤는데 반가웠다. https://youtu.be/CVcPEMwvv4U 3년 ..

사서정-마루야마 가오루

고대 어떤 나라를 배경으로 한 중화풍 판타지 만화로, 서고인 장서루(蔵書樓)의 비밀을 둘러싼 궁정 암투극으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몇몇 설정이 이채롭다. 사서정은 장서루에 있는 모든 책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 일종의 인공지능과 같은 존재로, 본래는 인간이었으나 사서정의 사명을 부여받은 순간부터 본래의 자아가 사라지고 신체기능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오직 사서로서만 기능한다. 이 사서정을 돌볼 시녀로 기비가 들어오면서 하나씩 변화한다는 줄거리인가 본데, 첫 권이기 때문에 사서정을 제외한 다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고 세계관을 비롯해 몇몇 인물에 대해서만 소개가 되었다.. 시대극 판타지라는 점과 서사 구조를 비롯한 몇몇 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인지 잠깐 아마츠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장서루를 비롯한 사서정의 비밀은 ..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루엘 관련 포스팅에서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슬그머니 뺐고 원래 올리려던 사진은 이거였다. 어릴 때 아버지가 무턱대고 구입한 전집에는 명화집도 있었는데 서양화 전집은 내가 가지고 있지만 한국화 전집은 모종의 이유로 사무실에 있다. 그것도 상당히 좋은데 암튼. https://twitter.com/dimentito/status/1566741097317289984?s=46&t=iVA7UKTnelJlBrmKV0k1nw 트위터에서 즐기는 디멘티토 “그 중에서 가장 아끼는, 이사다닐 때마다 꼭 챙겼던 책은 세계의 명화. 애장품 목록 중 첫 번째 보물. 크기는 영화 포스터보다 조금 더 크고 전체 무게는 케이스까지 해서 11킬로그램 쯤? 안타 twitter.com 어려서 그림에 관심이 많..

스치는 단상 2023.01.29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순간

현재 내 휴대폰에 담긴 음악은 조르주 치프라, 사이코패스 드라마시디, 미야노 마모루의 외딴섬 악마 낭독, 46번째 밀실 드라마시디 그리고 팝송과 제이팝, 중국노래가 섞인 노래모음이 있다. 딱 하나 있는 노래 앨범은 제목도 넣고 재생 순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죽 들어보고 비슷한 분위기, 같은 국가끼리 맞춘다) 치프라 앨범을 빼놓고는 주기적으로 내용을 바꾸는 편인데 최근에 노래 앨범에 변화를 줬고 몇 곡을 뺀 후 새로운 곡을 넣어 순서를 바꿨다. 그 중 하나가 루엘의 노래다. https://youtu.be/UsJHGTt4sDs 유튜브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루엘의 다른 곡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곡은 어쩐지 서글픔이 묻어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뒤로 계속 귀에 맴돌아 결국 음원사이트에서 구입해 앨범에 집..

보고 듣고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