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모험

일상으로 회귀 <봄비 이야기> ‘내세의 인연’ 소고

디멘티토 2022. 4. 5. 11:23


 

 

<괴이를 읽다, 쓰다> 중에서 한꼭지.

글쓴이는 고전문학 연구가 가토 도쓰카.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봄비 이야기> 시인이자 다인국학자이자 독본 작가인 우에다 아키나리가  독본으로 1808년에 간행되었다. 독본은 에도시대 후기 중국의 백화 소설의 영향을 받아 유행한 전기풍 소설집을 뜻한다.

우에다 아키나리는 괴이소설 <우월 이야기> 저자로  알려져 있는데 <봄비 이야기> 비극기담교훈  다채로운 내용을 담았다

‘내세의 인연’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면,

(현재 오사카의)고소베에서 독서가로 이름 높은 농가 주인이 한밤중에 단가라도 읊을까 하여 나갔다비가 그치고 조용한 정원을  바퀴 도는데 풀이 가득한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다음날 사람들을 시켜  보니 돌로 만든 관이 있었고 안에는 사람인  아닌  기묘한 시신이 놓여 있었다

학식 있는 주인은 한눈에 등신불이 되고자  고승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해 염불을 외며 시신을 따뜻하게 해줬고 이윽고 시신이 되살아났다하지만   만에 되살아난 승려는 생전의 기억이 사라지고 괴력을 지닌완전히 다른 이가 되었으며 승려답지 않게 화를 참지 못하곤 했다

농가 주인은 사다스케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5 정도 지나 가난한 집에 데릴사위로 들였다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사다스케는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설법을 하곤 했는데 그걸  마을 사람들은 사다스케가 이승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내세의 인연에 얽혀 있는게 틀림없다며 불심을 잃는 이들이 속출했다.

 

주인공인 농가 주인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문과 풍류에 몰두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야키나리가 즐겨쓰던 것으로, 다른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인물이 곧잘 나온다내세의 인연이 불교 비판적이라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러한 관점이  드러난 것이 농가 주인의 어머니와 마을 이장 어머니의 발언이다

여든 살인 이장 어머니가 죽을 때가 되어 “부처님에게 빌어 극락에 간다면 바랄 것이 없다하지만 축생도같은 지옥에 떨어진들 어쩌겠는가소나 말에게도 즐거울 때가 있다마찬가지로 사람 역시즐거울 수만 없고 소나  보다  험난   있다.” 

사다스케는 이장 어머니의 말대로 소보다 더 험난해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로인해 사다스케의 아내는  차라리 전 남편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며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입적했을 사다스케가 이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도 결국 생활력이 없는쓸모 없는 남자였다고 말한다. 사다스케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자체가 불가의 인과이기 때문이다.

 

목숨이 내세로 이어진다는 우에다 아키나리의 운명관은, 신이나 여우의 혼이 인간으로부터 단절된 곳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력의 지배나 판단을 뛰어넘는 곳에 있어서 인간의 노력으로는 어찌할지 없는 힘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는 탈종교적 사유를 토대로 불가지불가측 입장을 취한 자연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운명관을 바탕으로 사다스케 이야기를 보면부처의 가호로 생명의 순리를 뛰어넘는 소생담의 주인공이 아니라 종교성을 벗어난 점에서 과거나 윤회와도 관련이 없는 사람의 인식을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자연에서 채집한 신기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렸다는 것이다.